국가예산인 재정으로 지원하는 공모사업에 대한 강원도와 춘천시의 응모결정을 두고 지역 주민의 우려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정부가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을 공모하자 도는 지난 9일 시와 함께 강원대학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에 응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비 900억원을 받기 위해 지방비 900억원의 대응자금을 내야 하는 사업이다. 컴퓨터로 운용되는 3만평 이상의 대형 유리온실 단지가 최종 결과물인데, 내용이 알려지자 강원도의 농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어 ‘즉각중단’을 요구했다. 3만평 정도의 농사를 짓는 대규모 자본이 생산한 농산물은 수출이 막힐 경우 바로 소규모 농업인의 농산물을 가격우위를 통해 대체해 버리는 결과를 빚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춘천시가 민관합동으로 추진단을 꾸리고 지난 9일 공식 출범식을 열면서 유치계획을 밝힌 ‘문화도시’ 지정사업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업계획서를 내 문화도시로 지정되게 되면 향후 5년 동안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비 100억원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지자체도 100억원을 부담해야 하는 사업이다. 역사·전통, 예술, 문화사업, 사회문화, 지역자율 분야 중 하나를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발전과 지역주민의 문화적 삶을 확산시켜야 한다.

얼른 생각하면, 정부재정을 받아 지역예산이 그만큼 늘어나면 좋은 일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으나 낭패를 볼 수 있는 가능성도 적지 않다. 쉽게 예단해서는 안 되겠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예상해 보건데 사업의 성공지표가 외적으로 드러나는 양적 결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외적으로 드러나는 성공지표란 몇 건의 문화이벤트가 있었고 여기에 몇 명의 관객이 들었으며 이를 관람하러 온 외부의 관광객 수는 어느 정도인가와 같은 척도를 뜻한다. 이럴 경우, ‘문화도시’란 춘천시민의 문화능력이나 문화교류와는 크게 상관없는 것이 된다. 오히려 과거의 문화전통을 보기 좋게 개발하고 다양한 문화이벤트를 개최하여 내·외부 특히 외부의 관람객이 얼마나 되는가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춘천에서 살고 있는 현지주민이 아니라 외부 관람객으로 사업의 중심을 조금이라도 옮기는 순간 이 사업이 성공했을 경우 춘천 역시 지금 국내외 유명관광지 주민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는 과잉관광(over-tourism)의 도시가 될 수 있다. 과잉관광이란 관광객이 지나치게 몰려 주민이 피해를 보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국내외에는 이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 많다.

이탈리아 베니스에서는 호텔 신축이 금지되고 페루의 마추픽추 방문객은 하루 2천500명으로 제한되었다. 관광객으로 지가상승, 환경과 유적파괴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 탓이다. 필리핀의 유명 휴양지 보라카이 섬은 환경정화를 위해 최근 6개월간 전면 폐쇄되었다. 제주도는 지금 도의회 차원에서 주민이 겪어야 하는 불편을 관광수입이 상쇄하고도 남는지를 심각하게 따지고 있을 정도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서는 관광객으로부터 주민의 삶을 지켜달라는 집회가 주말마다 열리고 벽화마을로 유명한 서울의 이화마을은 넘치는 관광객 때문에 주민들이 벽화를 지워버리기도 했다.

이런 사례는 더 열거하기가 벅찰 정도로 많다. 춘천시와 강원도는 응모사업에 도전하기 전에 이 사업이 거액의 대응자금을 들여 주민의 삶을 더 피폐하게 하지는 않을지 충분히 숙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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