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대한민국의 역사가 암울한 시기를 걷고 있을 때 한국 최초의 본격 상설 영화관인 단성사에서는 무대공연과 스크린 상영을 혼합한 형태로 만들었던 연쇄극 ‘의리적 구투’를 최초로 상영함으로써 대한민국 영화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그렇게 ‘영화’라는 새로운 형태의 대중문화가 국민을 위로하며 국민의 삶속에 스며들었다. 그 후 한국영화는 많은 상처와 아픔을 딛고 2019년 한국영화역사 10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잠시 돌이켜 본 한국영화의 역사는 감회도 새롭지만 한국영화의 생명력은 참으로 질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한국영화의 생명력은 영화인들 스스로 만들어 나갔는데, 열악한 제작환경에서 터져 나오는 문제와 거대자본의 외압이 한국영화시장을 위협할 때마다 한국영화인들의 꿈과 희생으로 지탱하고 극복해 나갔다.

그리고 한국영화는 조금씩 성장을 하며 개성을 만들었고 국민들의 한과 정서를 영상에 담아 국민의 사랑을 받으면서 한국영화사 100년을 이끌 수 있었다.

하지만 100년의 한국영화는 조금씩 자본이 거대해지고 세계화에 맞춰가면서 수익을 위한 마케팅으로 변모하게 되고, 예술적, 창조적 영화의 내러티브는 흥행에 유리한 내용으로 전개되는 상업적, 관습적인 내러티브로 한정됐다.

1980년대 이런 사회적 현상에 반기를 들고, 자본과 배급과 고만고만한 스토리 전개의 내러티브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며 상업영화와 다른 작가주의 독립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한국영화가 100년을 지탱해온 힘은 독립영화제작으로 발전, 성장하게 된다.

독립영화는 획일화 되어가는 세계화에 다양한 문화를 남길 수 있는 대안이며 영화라는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능성의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젊은 영화인들과 예술인들에게 지지를 받으며 성장했고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기술력의 발달은 인간 상상력의 한계를 없애 주었고 전 세계를 단일 문화권으로 변화시키고 있어 다수로부터 소외되거나 소수로부터 지지받는 문화는 사장되고 소멸되어버린다. 그러나 문화는 선택적으로 유지되고 소멸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무력과 돈에 의해 문화생명이 선택되어져서도 안 되는 것이다. 기술력의 발전은 문화파괴의 도구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다양성은 문화를 풍족하게 만들고 인간 사이의 이해와 배려심을 길러준다. 오랜 인간의 역사를 통해 만들어지는 다듬어진 문화는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지키고 보호해야 할 문화유산이라는 것이 독립영화가 가려고 하는 길이다.

그리고 문화는 생성되어야 한다. 매일 많은 문화들이 새롭게 생겨나 사람들의 삶속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하기도 하고 더러는 도태되기도 한다. 독립영화는 젊고 도전적이다. 그래서 새로운 문화를 찾고자 도전을 하며 땀을 흘린다. 문화의 생성과 성장, 그리고 소멸, 이것이 독립영화의 이상인 것이다. 독립영화는 젊음과 같다. 가능성이 넘치고 도전적이다. 우리가 독립영화를 응원하는 이유다.
 

김성태 (강원영상위원회 사무국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