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활동가 이수랑 씨, 지난달 30일 결혼
신랑은 ‘소셜밸런스’ 이영동 대표…춘천 떠나 서울서 신혼생활

지난달 30일 오후 4시 20분. 서울 강변테크노마트 웨딩스퀘어 3층 루시드홀에서 웨딩마치가 울렸다. 춘천 시민운동 활동가 이수랑(42) 씨가 결혼하는 날이었다. 남편은 ‘소셜밸런스’ 대표인 이영동(39) 씨.

“저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여성에게 너무 불리하다고 생각해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요. 비혼주의자였던 거죠. 그래서 늦은 나이에 결혼하게 됐나 봐요.”

신혼여행에서 막 돌아온 신부에게 결혼에 대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대답한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랑이 결혼하자고 하는데, 그냥 결혼하겠다는 말이 나오더란다. 신랑이 얼마나 멋진 사람이었으면 비혼주의자를 한방에 K.O. 시켰을까?

신부가 신랑을 처음 만난 건 2년 전이었다. 춘천YWCA 간사로 활동하던 중 ‘나눔단체 종사자 역량강화교육’ 때 강사와 교육생으로서 처음 만났다. 초기에 ‘카톡’으로 대화를 몇 번 나눈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는데, 지난해 7월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활동가 대상 설문조사를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그달 22일에 만나 얘기를 나누다 매주 시민운동에 도움이 될 만한 공부를 하기로 했다.

그로부터 1주일 뒤 스터디 때문에 만나서 커피를 마신 후 공지천을 걷는데, 신랑이 먼저 사귀자고 제안했다. 세 번째 만남이었을 뿐인데,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바로 “좋아요” 대답을 했다. 그로부터 1년 뒤 많은 사람들의 축하 속에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신혼여행은 유럽으로 갔다. 이탈리아의 로마, 피렌체, 베니스, 밀라노를 거쳐 스위스 리기산과 프랑스 파리까지 ‘빡센’ 일정이었다.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오드리 햅번을 좋아해서 신랑과 함께 찍어보고 싶었는데, 패키지 여행이라 여유가 없었죠. 그래도 바티칸박물관과 성베드로 성당, 콜로세움을 둘러보고, 동전을 던져 사랑을 이룬다는 트레비 분수도 볼 수 있어 좋았어요. 스위스 리기산도 너무 아름다웠고, 어두운 밤에 불 켜진 에펠탑도 너무 예뻤습니다.”

그녀는 좋은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인생여행을 시작했지만, 춘천은 평생 춘천에서 시민운동을 하고 싶다던 좋은 활동가 한 명을 잃었다. 하늘이 허락하는 대로 아이를 낳을 생각이라는 이수랑 씨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응원한다.

 

 

 

전흥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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