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국가대표팀 전지훈련 제안에 담당자 선에서 묵살
강원도는 제안 받아들여 지난 18일 초청장 보내

춘천시 스포츠 마케팅 담당이 외국 올림픽 선수단의 춘천 전지훈련 협의를 위한 장관급 초청 제안을 묵살해 논란이 되고 있다.

취재결과 이 초청제안은 과장이나 국장 등에게는 보고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시 담당자는 문제가 있어 초청장을 보내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강원도에서는 이를 받아들여 방문일정과 도지사 면담까지 결정된 상태다.

춘천 출신으로 2003~2004년 베이징올림픽의 스페인 태권도 국가대표 코치, 2007~2012년 네덜란드 태권도 선수단 헤드코치와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헤드코치를 지낸 바 있는 성대중 씨는 지난 13일 베네수엘라 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 명의의 이 메일 문서를 가지고 시 스포츠 마케팅 담당을 찾았다.

성씨가 시를 방문한 건 베네수엘라 국가대표팀의 전지훈련 장소를 춘천에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성씨는 시가 베네수엘라 체육부장관 등 3명을 초청해주면 빠른 시간 안에 방문해 ‘양국의 스포츠문화 교류’, ‘전지훈련 관련 협의’를 하겠다는 내용의 영문 문서와 한글 이메일 문서를 지니고 있었다. 스포츠 마케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성씨는 베네수엘라 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 및 태권도 감독과 아는 사이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성씨는 “베네수엘라 올림픽위원회는 2020년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개최되는 도쿄 하계올림픽을 대비해 국가대표들의 전지훈련 장소로 일본과 가까운 중국과 한국을 검토 중이었으며 서울과 한체대가 유력한 상황이었다”며 “이런 사실을 알고 베네수엘라 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인 김흥기 씨를 통해 춘천시가 전지훈련 장소로 적지라는 제안을 해 체육부장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 김흥기 NOC 집행위원이 춘천시를 방문해 전지훈련지 협의를 하겠다는 답을 얻어냈다”고 밝혔다.

성씨가 가지고 온 문서에는 방문일정과 관련된 내용과 주요 방문자인 Pedro Ifante 베네수엘라 문화체육부장관, Eduardo Alvarez NOC 위원장에 대한 초청장 요청, 김흥기 베네수엘라 NOC 집행위원 겸 태권도협회장, 김성훈 베네수엘라 태권도협회 총감독 등의 방문내용과 함께 훈련지역 장소 및 숙박시설 점검, 2020년 도쿄올림픽 이전 선수 70~80명 및 임원 50~70명의 방문, 종목별로 체류기간에 차이가 있지만 약 15~40일의 체류기간에 대한 협의사항이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시 담당부서는 13일 제안된 내용에 대해 16일과 18일 2회에 걸쳐 초청불가를 통보했다. 체육과 장아무개 주무관은 “시의 공식행사가 없으면 초청장을 보낼 수 없다”며 다만 “스스로 방문하면 시장면담이나 협조할 일이 있으면 검토하겠다”는 취지를 전했다. 이에 대해서는 스포츠 마케팅 담당도 같은 이유를 들면서 내부에서 협의가 되었음을 주장했다.

그러나 강원도 관광과는 같은 내용에 대해 지난 18일 베네수엘라에 초청장을 보내고, 서풍하 시 경제관광국장에게 업무협조 문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도는 초청내용에 도지사 면담과 춘천시와의 협의를 명시했다. 스포츠 마케팅과 관광을 통해 성장을 꾀하겠다는 춘천시의 측면에서 이해하기 힘든 처리방식이었다. 같은 제안을 두고 도와 시가 서로 상반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번 업무처리에 대해 체육과 담당국인 최갑용 행정국장은 “전혀 알지 못했던 사안이다. 진위를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심의현 체육과장은 담당자 선에서 이루어진 사안임을 확인하며 “충분히 검토해 처리되었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내부논의를 거쳐 결정된 답변”이라는 주무관과 담당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이정오 비서실장은 “시장에게 와야 할 문서가 담당자 선에서 처리된 것에 대해 진위를 파악해 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사안에 대해 일각에서는 강원도태권도협회와 관련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경찰 수사와 협회장의 사임, 지속적으로 제기된 내부비리 등 태권도협회의 고질적인 문제와 춘천오픈 국제태권도대회 문제가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제안의 당사자인 성씨가 춘천오픈 국제태권도대회 조직위원회와 갈등을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태권도와 관련된 고질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 시가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오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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