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을 조성해 놓은 곳이면 어디서든 쉽게 눈에 띄는 꽃이 원추리다. 뿌리로 번식해서 잘 자라고 기르기도 쉬운데다 꽃도 예쁘다. 새싹은 나물로 먹기도 한다.

원추리는 분류학적으로 논란이 있는 식물이다. 가장 흔히 심는 왕원추리(H. fulva)는 중국원산으로 식물체와 꽃이 크고 화피(花被)에 붉은 색이 많다. 중국에서는 이를 ‘萱草(xuāncǎo)’라 한다. 우리의 산야에서 흔하게 보이는 노란색 원추리는 ‘백운산원추리(H. hakuunensis)’로서 한국특산종이다. 일본에서는 ‘忘れ草(ワスレグサ, 와스레구사; H. fulva L. var. Kwanso)’라고 한다.

‘원추리’라는 이름은 한자어 ‘萱草(훤초)’에서 유래하는데, ‘훤초’를 발음하는 과정에서 ‘원초’가 되고 ‘원추리’로 변화된 것이다. ‘萱草’는 《시경(詩經)》에서 ‘시름을 잊게 하는 풀’이라는 뜻의 ‘諼草(훤초)’로 표현되었으나 후대에 ‘萱草’로 정착되었다. 우리 고문헌에는 萱草에 대한 차자(借字)나 한글표기로 ‘仍叱菜’(넛, 《향약집성방》, 1433), ‘넘’(《사성통해》, 1517), ‘넘’(《훈몽자회》, 1527)이 있는데, 이때의 ‘넘’을 ‘남(他)’으로 보는 견해가 있으나 남(他)의 고어기 ‘’(〈용비어천가〉, 1447)임을 감안하면 ‘남’보다는 ‘잎이 넓은 나물’이라는 뜻의 ‘넓은’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는 ‘넙’(《신증유합》, 1576), ‘넙’(《동의보감》, 1613)의 표기에서도 추정해 볼 수 있다.

‘원추리’란 표기는 《동의보감》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해 현재에 이른다. 또 다른 한자어 표기인 ‘황화채(黃花菜)’는 노란색의 꽃이 피고 나물로 식용한 것에서, ‘망우초(忘憂草)’는 시름을 잊게 하는 풀이라는 의미로, ‘의남초(宜男草)’는 임산부가 꽃다발을 차고 다니면 아들을 낳는다는 의미에서 유래한 것이다.

북한에서도 원추리라 부른다. 지방에 따라 언추리나물이라 부르는 곳도 있는데, 이는 발음의 변형으로 보이며, ‘오로리나물’, ‘가스락풀’이라는 방언도 있다. 학명의 속명 ‘Hemerocallis(헤메로칼리스)’는 그리스어 hemera(하루)와 callos(아름다움)의 합성어로 하루 만에 시드는 아름다운 꽃이란 뜻이다. 영어명 ‘daylily’가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종소명 ‘hakuunensis’는 ‘전남 백운산의’라는 뜻으로 발견지를 나타내는 한국 특산종이다.

 

최동기 (식물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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