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상황에서 나는 인간성을 지킬 수 있을까?”

좀비가 우글거리는 세상에서 우리는 도덕성과 인간성을 지킬 수 있을까? 드라마 속 환경만큼이나 냉혹한 현실에서 나는 이기적이지 않았는가? 드라마 ‘워킹데드’는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제껏, 이보다 더 나를 생각에 빠져들게 만든 드라마는 없었다.

‘워킹데드’는 미국 드라마로, 한국에서는 2010년 시즌1로 시작해 2018년 4월 시즌8까지 편당 40분씩, 매주 월요일 11시 FOX 채널에서 방영했다. 주인공 ‘릭’역을 맡은 ‘앤드류 링컨’은 한국에서 사랑받은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 출연해 우리와 친숙한 배우이기도 하다.

정체 모를 바이러스로 인해 좀비에게 점령당한 세상에서 생존자들이 살아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워킹데드’는 주인공 릭이 잃어버린 가족을 찾고 집단을 꾸리는 생존기를 보여준다. 새로운 집단의 사람을 만나 협력하기도 하지만 대립해 싸워야 할 일은 더 많다. 생존자들은 무질서 속에서 자신들만의 질서를 만들고 군림하려고 한다. 어쩌면 좀비보다 무서운 것은 인간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드라마의 차별성은 좀비보다 새로운 환경에서 상실해가는 인간성에 초점을 맞춘 스토리다. 영화 ‘월드워z’가 압도적 스케일로 좀비의 공격과 관련한 액션 신에 치중했다면 워킹데드는 스토리가 탄탄한 드라마다.

좀비로 가득 찬 세상을 배경으로, 극한 환경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상실된 인간성과 사람들 간의 갈등은 그래서 더욱 신선한 느낌을 준다. 드라마는 자연스럽게, “저 상황에서 인간성을 지킬 수 있을까?”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져주며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한다.

좀비의 묘사는 상당히 자극적이다. 좀비들이 사람들을 먹어 치우는 장면을 보고나면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수천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된 좀비 떼 장면을 보고는 그 거대한 스케일에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특수분장팀이 엑스트라를 무서운 좀비로 탄생시키고, 연출팀이 좀비 연기를 지도하는 장면이 담긴 메이킹 영상은 높은 제작기술을 실감하게 했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방식도 훌륭하다. 시즌8에 이르기까지 스토리가 자칫 지루해질 수 있지만, 고향, 농장, 감옥 등 시즌마다 주 배경을 바꿔 극의 긴장감을 이어나갔다. 다채로운 공간 변화와 세심하고 치밀한 제작과정은 워킹데드를 최고의 좀비 드라마로 만들었다.

이렇게나 훌륭한 드라마에도 논란거리는 있다. 잔인한 장면이 많다는 점이다. 그러나 잔인함도 잊게 할 만큼 철학적인 스토리와 연출력, 공포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워킹데드’는 ‘별점 4.9짜리 드라마다. ‘A’급 좀비 드라마를 찾는 친구들에 이 드라마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문현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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