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 어느 모임에서 시의원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분을 만났다. 출마 이유를 물었더니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싶어서”라고 간결하게 답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봉사를 하시려면 봉사단체에 가입하시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라는 물음을 던졌다.

의원의 역할을 봉사자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1조3천억원에 달하는 춘천시 예산을 어떻게 살펴볼 수 있을지, 춘천시의 다양한 정책들을 얼마나 세심하게 점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지방선거 기간 중에도 춘천을 위해 봉사하고 싶어서 출마했다는 후보들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정책 입안을 위해 조례를 만들고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예산을 감시하는 중요한 일들을 하는 의원의 역할에 비추어볼 때 지나친 겸손이 아닐까 싶다.

10대 춘천시의회가 첫 발을 내딛었고 두 번째 임시회를 진행하고 있는 지금, 굳이 시의원의 역할을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지난 8·9대 의회의 초기 파행을 겪은 탓인지 이번 춘천시의회는 잡음 없이 깔끔하게 출발했다. 30대의 젊은 의원들의 패기도 보이고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의욕을 보이는 의원들도 늘어났다. 그만큼 의회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방향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해보고 싶을 뿐이다.

여러 해 동안 의정활동을 모니터 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의회의 정책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책적 대안 생산을 위해 꾸준하게 공부하는 의원들은 손에 꼽힐 정도다.

개원 초기에는 의원들이 관심분야에 대해 공부하거나 의회 내에 연구모임을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를 드러낸다. 그러나 어느 순간 열정은 사라지고 정책 연구보다는 각종 행사에 쫓아다니며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후반기가 되면 갈수록 관성적으로 판단해 처리하는 경우가 허다해진다. 중요한 선거를 앞두면 아예 개점휴업을 하고 만다.

의원들이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어떤 관점에서, 어떤 잣대로 판단하는가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이 주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주민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더구나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현상은 시민들로 하여금 다양한 요구를 분출하게 만들고 있으며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주민들의 강한 바람은 지방의회 방향 변화의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만들고 있다.

의원들에게 요구되는 주민의 관점에 기반한 전문성은 개개인의 역량이 아닌 공감과 소통을 통한 협력적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79개 과, 279개 담당 업무로 분류되는 춘천시 집행부의 모든 업무를 21명의 시의원들이 꼼꼼하게 들여다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것을 공공행정, 교육, 문화, 관광, 환경, 사회복지, 보건, 산업, 교통, 지역개발 등 기능별 예산 분류에 따른 의제로 나누어 의원들이 역할을 분담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위원회별로 연구모임을 만들어 토론을 통해 공유하고 협업을 통해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해당 분야의 전문가, 시민단체 혹은 시민들과 협력하는 방식이면 더 좋겠지만.

정치꾼은 재선을 생각하고 정치가는 미래를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미래를 준비하며 전문성을 갖추어 가는 10대 춘천시의회를 기대해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권오덕 (춘천시민연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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