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청년들과의 작은 만남을 청했다가 성사되지 못했던 적이 있다. 이유는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느라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시간을 쓰는 것도 특정 목적이 있어야 허락되는 듯 보이는 상황들이 안타까웠다. 30대의 대부분을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시간을 보냈던 한 사람으로서 맘이 편치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오래 묵은 질문이 되었던 터였다.

이번 《민들레》에 기고된 이태영(풀뿌리사회지기학교 교무지기) 씨의 〈사유하는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의 대안성-“우리에게는 더 다양한 대학이 필요합니다”〉는 여러 번 곱씹어 읽었던 글이었다. ‘풀뿌리사회지기학교’라는 대안대학을 운영하며 애써온 시간과 현실의 어려움이 담겨있었다. 이 학교는 1980년대부터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신행 교수가 대학 안팎에서 진행했던 수업들을 배움의 공동체로 연결했던 ‘걸음교실’의 경험을 기반으로, 1992년 ‘신촌민회’와 2002년 카페 ‘체화당’, 그리고 2005년 대안대학 풀뿌리사회지기학교의 첫 신입생을 맞게 된 것이 지금에 이른다고 한다. 약 40년 전 시작된 실험이 현재 우리가 지역에서 고민하는 ‘민회’운동, ‘마을카페’운동, ‘사회활동가’ 교육을 그대로 담아냈다는 사실에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글쓴이는 대학이 갖는 소중한 사회적 기능이 사회적으로 체제의 한계를 지적하고 미래세대의 시스템을 제안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역에서도 대학과 사회가 유기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크고 작은 경험들을 함께 하는 것에 대한 과제가 많다.

지난 4월 한양대학교가 글로벌 비영리단체인 ‘아쇼카재단’에서 세계 혁신대학들의 네트워크로 선정하는 ‘아쇼카 U 체인지메이커 캠퍼스’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약 2년간의 심사를 거쳐 대학이 만들어 온 사회혁신에 대한 비전과 다양한 활동들을 인정받아 동북아시아 최초로 선정된 결과다. 앞으로 사회혁신 인재를 양성하고, 사회변화를 리드하는 전 세계 48개 체인지메이커 캠퍼스 네트워크를 통해 더욱 시너지를 얻게 될 기회가 생긴 셈이다. 현재까지 이러한 ‘사회혁신’, ‘사회적경제’, ‘공동체’라는 키워드로 전공이 개설된 국내 대학은 9곳뿐이다(학부, 석·박사과정 포함). ‘사회혁신’에 대한 시대의 관심과 요구가 대학의 문을 얼마나 열게 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시쳇말로 대학도 영업을 뛰어야 살아남는다는 이야기가 더 이상 새롭지 않은 현실이고 보면, 스스로 그 역할을 찾아가는 것이 유일한 생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풀뿌리사회지기학교가 강조하는 개인의 삶과 사회의 비전에 대한 적극적 연구, 배운 것을 구체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기회와 실천을 통한 사회에의 기여가 대학의 기능이라면, 어쩌면 우린 더 다양한 대학을 만들어가는 도전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사회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교육과 연결시키고, 그 결과를 사회의 자산으로 선순환 시킬 수 있는 내일을 맘껏 상상해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윤정 (공유가치창출디자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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