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코 타레가(Francisco Tárrega)

대표적인 클래식 기타곡하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곡을 떠올릴 것이다. 기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독특한 음향, 그래서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애절한 트레몰로주법 때문이다. 낭만주의 음악이 휩쓸던 19세기. 오페라는 이탈리아, 교향곡은 독일의 그늘에 가려져 이렇다할 거장을 배출하지 못했던 스페인은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그라나도스, 파야, 알베니스 같은 민족주의 작곡가들에 의해 스페인 나름의 정체성을 가진 곡들을 세상에 선보이게 된다.

이때 함께 등장한 사람이 바로 프란시스코 타레가(Fra ncisco Tárrega, 1852~1909)다. 바로크 시대에 류트라는 이름으로 사랑받았던 기타는 다른 악기의 개량과 대규모화 되어가는 오케스트라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질 운명에 놓여있었으나, 타레가에 의해 독주악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타레가는 평생에 걸쳐 베토벤과 쇼팽, 멘델스존, 베르디, 바흐와 같은 거장들의 음악을 기타 연주에 알맞게 편곡하거나 현대적인 테크닉을 완성하기 위한 연습곡을 작곡하여 이전과는 다른 혁신적인 테크닉과 확장된 표현력, 새로운 음향을 이끌어냈다. 기타 소리를 더욱 맑게 울려퍼지게 하고 풍부한 울림을 이끌어냈던 타레가의 작품들은, 20세기의 위대한 기타리스트로 칭송받는 나르시소 예페스의 말대로 동시대 및 후대의 기타 거장들과 현격하게 구분되는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이와 더불어 그의 많은 편곡 작품들 덕분에 기타 레파토리 또한 넓어지게 되었다.

다른 현악기와 달리 투명한 음색으로 수채화 같은 풍경을 담아내는 기타는 음의 지속시간이 짧아 느리고 긴 선율을 연주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타레가가 발전시킨 트레몰로 주법으로 인해 그 가능성을 더 넓힐 수 있게 되었다. 기타만의 독특한 음향으로 빚어내는 신비로움과 애절함이 잘 녹아있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타레가가 그라나다를 방문했을 때 접한 알함브라 궁전을 보고 그 감동을 기타로 옮긴 것이라 한다. 궁전 곳곳에 있는 분수와 수로를 따라 흐르는 물줄기를 묘사한 것이라는 말도 있고, 제자였던 귀부인과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추억을 담았다는 말도 전해진다. 하지만 알함브라 궁전이 담고 있던 이슬람 문화에 대한 추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로마 이후로 수백년간 사라센의 지배를 받았던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는 이슬람문화와 건축의 요람이었다. 이슬람세력이 이베리아 반도에서 완전히 물러나기 전까지 최후의 이슬람 왕국 수도였던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은 지금도 전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모여들 만큼 서구의 건축양식과는 다른 독특한 조형미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모스크를 파괴하고 그 자리에 성당을 세웠던 스페인 왕조였지만 알함브라 궁전만큼은 그대로 보존할 수밖에 없었던 이슬람 건축의 정수였다.

혹시 언젠가 알함브라 궁전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타레가의 이 아름다운 곡을 함께 떠올려 보길 바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안중열 (클래식기타 연주가, 라온오케스트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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