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설레게 했던 음악 중에 이문세의 ‘소녀’가 있다. 내가 중학생이었던 어느 날 아버지는 나와 어머니를 앉혀놓고 “너의 엄마는 내가 부른 ‘소녀’를 듣고 나에게 반했어”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을 들으신 어머니께서는 얼굴을 붉히시며 아무 말이 없으셨다. 도대체 ‘소녀’가 얼마나 대단한 곡인지 궁금해 한번 들어보았다. 노래 시작 3분여 뒤 신기하게도 나의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으며, 머리에는 사랑을 약속하는 연인들이 떠올랐다.

가수 이문세. 출처=가수 이문세 
공식 홈페이지(www.leemoonsae.com)

‘소녀’는 1988년에 발표된 느린 박자와 낭만적인 느낌을 지닌 팝 발라드로, 이문세를 대표하는 노래다. 작사와 작곡은 이영훈이 맡았다. 이 곡은 부드러운 피아노 반주를 기반으로 전개돼 마치 천천히 들어오는 썰물 같은 리듬을 느끼게 한다.

가사는 단순하고 서정적이어서 듣는 이에게 한 편의 시와 같은 느낌을 준다. 한 남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인에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쑥스럽게 고백하는 내용이다.

이 곡은 평소 힙합에만 빠져있던 나를 발라드라는 장르에 입문하게 만들어 “옛날 노래는 재미없다”라는 편견을 없애 준 노래다. 이문세의 담백하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마치 깊은 동굴 속에서 들리는 메아리처럼 묵직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남성의 이미지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빠른 전개의 트로트 스타일 발라드가 흥행하던 80년대에, 정반대로 느리고 잔잔한 피아노 소리를 기반으로 한 ‘소녀’의 신개념 멜로디는 한국 발라드 음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아름다운 사랑을 소재로 하는 노래들의 기초 공식이 된 탓에 나는 지금도 ‘소녀’의 달콤한 멜로디가 들려오면 저절로 마음이 떨려온다.

‘소녀’는 가사마저도 아름답다.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속에 그대 외로워 울지만 나 항상 그대 곁에 머물겠어요. 떠나지 말아요”가 나온다. 이 가사는 나의 가슴을 달아오르게 했으며, “사랑하는 당신을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주겠다”라고 말하는 멋진 남성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소녀’와 비슷한 장르의 노래들은 많다. 유재하의 ‘우리들의 사랑’, 산울림의 ‘너의 의미’도 그렇다. 하지만 내가 ‘소녀’를 고집하는 이유는 이 곡만큼 한국 발라드 시장에 큰 영향력을 끼쳤던 곡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사를 품고 있으며 최고의 가수에 의해 불려진 ‘소녀’가 나를 설레게 했다. 이런 명곡에 나는 별점 5점 만점에 5점을 준다. 0.1점의 감점도 아까운 이 노래를 꼭 들어보기 바란다.

박웅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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