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천막농성 300일…취임 한 달 넘었는데 조사는 아직 ‘제자리’
시 감사담당관실 주도로 외부 감사위원 위촉해 감사 실시키로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지난 6일로 천막농성 300일을 맞은 춘천시환경사업소 노동자들. 해고된 날로 따져도 233일이 지났다. 새 시장이 취임을 한 지도 한 달이 훌쩍 지난 지금 춘천시환경사업소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일까?

연일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천막농성장 옆 시청 앞 광장에서는 분수가 만들어낸 무지개 사이로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뛰어놀고 있다.

시청 앞 천막농성장을 찾은 건 지난 3일 금요일 오후 3시 40분. 수은주는 38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천막농성장 옆 시청광장에서는 분수가 솟구쳐 열기를 식히지만 역부족으로 보인다. 분수가 만들어낸 무지개 사이로 아이들만 물 만난 고기처럼 신이 났다.

이재수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조사단을 구성해 환경사업소 문제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그동안 문제해결을 위해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해왔던 시민단체들의 의견도 적극 수렴하겠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조사위원회 구성은 시 감사담당관실 소관. 처음에는 ‘시민감사관 운영규정’을 적용해 조사위원 참여자를 시민감사관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그런데 규정상 춘천시민만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관련 조항을 개정해 예외적으로 외부인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지만, 한편에서는 졸속으로 개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논란을 피하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시 감사담당관실에서 전문가들을 위촉해 자체 감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다시 입장이 바뀌었다. 그러나 전문가에 대한 기준이 모호했다. 감사원에 전문가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유권해석을 의뢰한 바 지자체의 장이 전문가로 인정하면 전문가로 볼 수 있다는 답을 얻었다. 감사위원은 모두 4인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는 사이 한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뜨거운 태양이 달궈놓은 대기 속에서 정작 농성 노동자들을 더 애태우는 것은 시정부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속절없이 흘려보낸 시간들이다. 이처럼 진상규명이 지지부진한 데에는 공직사회의 조직적 반발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도내 한 유력 일간지는 지난달 20일 보도를 통해 시정부가 개정한 시민감사관 운영규정이 감사의 중립성과 규정의 제정 취지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는 요지의 기사를 내보낸 데 이어, 지난달 30일자 신문에서는 시가 시민감사관을 활용하기 위해 감사원 공익감사를 포기한 것처럼 보도했다. 시민감사를 위해 감사원 공익감사를 철회하도록 시민대책위원회에 청구취소를 요청해 시민대책위원회에서 공익감사 신청을 취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춘천시민연대 관계자는 명백한 오보라고 단언했다. 감사원 공익감사는 최동용 시장 시절 춘천시가 문제해결을 위해 어떠한 의지도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청구한 것이고, 지금은 새 시장이 철저한 감사를 약속했기에 중복감사를 피하기 위해 운영위원회 결의를 통해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를 취하한 것일 뿐이었다는 대답이다. 해당 언론이 보도한 대로 300명 이상의 시민동의로 공익감사를 청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민들의 동의 없이 감사를 철회했다는 취지의 해당 기사는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시민감사관 운영규정의 개정은 해당 사안에 대한 객관적 감사의 필요성에 따라 예외조항을 둔 것일 뿐인데, 이것을 가지고 시민의 시정참여 기회를 확대한다는 규정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거나 중립적 조사가 어렵다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비판했다.

이 문제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해당 노동자들은 시정부가 자체 감사로 가닥을 잡은 것에 대해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환경사업소 노조인 민주노총 중부일반노조 춘천지부 김영희 지부장은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만큼 우리는 일절 개입하지 않을 생각이다. 시장님이 엄정하고 신속한 감사를 약속한 만큼 믿고 지켜보겠다”며 “다만 우리가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은 9월 15일까지”라고 입장을 밝혔다.

다음달 15일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5주 남짓.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그 사이에 얼마나 제대로 진상이 규명될지, 또 진상규명 이후 얼마나 적절한 행정조치가 수반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많은 시민들이 감사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흥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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