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밖을 넘나드는 넝쿨 때문에/울안에 심지 말라는 능소화가/…/잠들면 다 꿈이고/꿈은 언젠간 깨는 것이어서/…/누구/꿈과 사랑의 차이를 아시는지/…

한 번쯤은 가슴 먹먹하게 읽어봤을 박이화의 시 <잠들면 다 꿈이고>에 나오는 바로 그 능소화다.

대표적 여름 꽃인 능소화는 한자어 凌霄花(능소화)에서 유래한다. ‘나무에 기대어 자라며 높이가 수장에 달하여 예로부터 능소(凌霄)라 한다’는 본초강목(本草綱目)을 해설한 구절이 그 의미를 잘 설명해 준다.

즉, ‘나무에 기대어 하늘 높이 자라는 꽃’이란 의미다. 凌霄(능소)의 사전적 의미로 ‘하늘을 찌를 듯한 꽃’ 또는 ‘매우 고상한 꽃’ 정도로 해석하는 것도 자연스럽겠다. 원래 능소화의 중국명은 凌霄(ling xiao)인데 꽃(凌霄花)을 의미하는 약초명인 紫葳(자위), 금등화 등으로 불리다가 《조선식물향명집》(1937)에 능소화로 기재된 이후 국가표준식물목록의 추천명이 되었다.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실명할 위험이 있다는 오해도 있는데, 연구결과에 따르면 꽃가루는 갈고리 같은 돌기형태가 아니라 매끈한 그물망 모양이며 풍매화가 아니라 충매화이기 때문에 관상용으로 심어도 무리가 없다고 한다. 아마도, 독은 없지만 코와 귀에 가까이 하면 뇌에 좋지 않고 꽃에 맺힌 이슬이 사람을 몽롱하게 한다는 본초강목의 내용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일본명은 凌霄蔓(ノウゼンカジラ)으로 덩굴(蔓, 만)을 붙였을 뿐 한·중·일이 같은 명칭을 사용한다. 속명 Campsis(캄프시스)는 그리스어 campsis(만곡)에서 유래한 말로 수술이 활처럼 굽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며, 종소명 grandiflora(그란디플로라)는 ‘큰 꽃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원추꽃차례인 능소화와 달리 산형꽃차례인 미국능소화(C. radicans)와 이 두 종의 교잡종인 나팔능소화 등 크게 세 종류가 있다.

최동기 (식물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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