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7년 전 춘천소비자생협의 도움으로 일본의 복지클럽 견학을 다녀오면서 마을돌봄공동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복지클럽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삼고 복지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소비자협동조합이다. 일본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잘 발달돼 있어 주민의 상당수가 식품이나 생활용품을 생협에서 구매한다. 생협조합원들이 고령화되면서 의료 및 복지서비스를 소비자협동조합 방식으로 제공받고자 복지클럽을 만들었다.

일본에서 시민들은 왜 마을돌봄공동체를 주도적으로 만들었을까? 국가에서 제공하는 요양시설의 상당수가 개인의 취향이나 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경우 장기요양뿐만 아니라 심부름, 청소, 이동 등 다양한 복지서비스가 필요한데, 이를 통합적으로 제공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복지클럽은 재가요양서비스를 중심에 두고 심부름, 집수리, 청소, 영양급식, 정서지원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오래된 빈집을 매입하고 리모델링하여 주간보호센터(Day Care Center)를 운영하고, 또 큰 규모의 요양병원을 운영하기도 한다. 복지클럽은 좋은 시설보다는 인권, 안전한 먹거리, 공동체적 관계를 중시한다. 복지클럽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는 사회적경제기업(워커즈 협동조합)과 마을주민 자원봉사자들이다. 복지서비스를 받는 마을 어르신뿐만 아니라 마을주민과 사회적경제기업이 함께 모여 마을돌봄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춘천시민도 춘천에 맞는 마을돌봄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북면 고탄마을의 청년들은 어르신에게 필요한 소소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사회적기업인 별빛산골교육센터는 년 4회 어르신을 모시고 식사를 대접한다. 도교육청의 마을교육공동체 사업과 연계하여 아이와 어르신들이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의 청년기업과 연계하여 일부 어르신에 말벗 로봇을 보급하기도 했다. 나아가 강원도의 지역사회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과 연계하여 어르신들의 복지욕구를 조사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계획하는 마을돌봄 청년활동가를 채용할 계획이다. 고탄 청년들은 마을주민과 서비스와 행정적 지원을 결합하여 마을돌봄센터와 마을돌봄공동체를 만들 예정이다. 이런 식으로 마을의 여건과 역량에 맞게 마을주민들과 소통하면서 마을돌봄공동체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마을주민이 주도하여 마을돌봄공동체를 만든다 해도 마을주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전문서비스에 대해서는 외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는 ‘마을돌봄공동체 지원단’을 만들어 전문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분에 대해 논의 중이다. 강원도와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관련한 인적, 재정적 자원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림대학교의 교수들이 전문적인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향후 강원대병원이나 한림대병원에서 마을돌봄공동체와 연계하여 ‘마을 주치의’를 만들어가는 데 힘을 보태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활동을 모아 올해 말 사회혁신파크에서 진행할 리빙랩(생활현장실험실)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마을돌봄활동가를 양성하고, 마을돌봄공동체가 춘천 전역에 확산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 ‘시민이 주인’임을 언명하고 있는 춘천시정부도 이 실험에 관심을 갖고 협력해 주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강익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전략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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