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폭 줄이고 보행자 중심으로…도심 자전거 도로도 확충해야
박봉우 강원대 명예교수, “시장 임기 4년 동안 나무만 심어도 성공”

도시숲은 여름 한낮의 평균기온을 3~7℃ 완화시키고, 습도는 9~23% 상승시키는 등 친자연적인 기후조절 기능으로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한다. 버즘나무(플라타너스)는 1일 평균 잎 1㎡ 당 664㎉의 대기열을 흡수하는데, 이는 하루에 15평형 에어컨 8대를 5시간 가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한다. 또한, 도시숲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으면 대기오염과 열섬효과로 도시 온도가 상승하지만, 도시숲이 조성되면 도심에 ‘바람길’이 생겨 공기를 정화시키고 열섬형성을 저지시킨다. 이밖에도 도시숲은 소음과 미세먼지를 감소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전체 인구의 약 90%가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생활권 주변에서 누릴 수 있는 도시숲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광역시의 경우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평균 7.1㎡로 런던(27㎡), 뉴욕(23㎡), 파리(13㎡) 등 선진국의 여러 도시들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도시숲에서 가로수는 특히 중요하다. 가로수는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며, 도시의 미관을 향상시키고, 녹음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지니고 있다. 지역의 향토수종이나 열매가 열리는 나무, 꽃이 아름다운 나무 등을 식재해 축제와 연계시켜 지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Landmark)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춘천의 가로수 정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숲과문화연구회’ 회장인 박봉우 강원대 명예교수는 교통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핵심이라고 단언한다. 인도 폭이 좁고 상가건물이 바짝 붙어 있어 상가간판을 가리니 민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특별규정을 두어 도로 가장자리부터 상가건물 사이를 공공의 공간으로 만들어 가로수가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박 명예교수는 시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상인의 의견만을 고려해 잘못된 대표적인 사례로 롯데마트 앞 가로수를 들었다. 이쪽 회화나무 가로수는 가장 성공적인 사례였지만, 상가를 가린다는 이유로 결국 제거되고 작은 나무를 심어 인도가 폭염에 그대로 노출되게 됐다는 것이다. 박 명예교수는 또 다른 잘못된 사례로 중앙분리대에 소나무를 심은 것을 지적했다. 미관적으로도 아름답지 않을 뿐만 아니라 침엽수 잎은 지표면을 덮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박 명예교수는 도심 도로가 4차선 이상이 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도로 폭을 줄여 자전거 도로도 만들고 인도를 넓혀 보행자 중심의 교통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도심구간 도로 폭을 좁히는 추세다. 도로가 좁고 인도가 넓어 차보다는 사람 통행이 많아야 상가들도 장사가 잘 된다고 한다. 이는 이미 뉴욕에서 입증됐다. 자전거 도로도 외곽에 조성하는 레저용보다 도심 생활용으로 확충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시내에 경사면이 많아 어렵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한다. 미국 아이다호주의 모스크 시는 대표적인 구릉지역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자전거를 훨씬 많이 이용한다. 결국은 도시계획 전반에 걸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민선 첫 대구시장은 임기 내내 나무만 심었다. 그래서 평균기온을 2℃ 낮췄다. 그 영향으로 후임 대구시장들도 나무심기에 열성이다. 시민정부를 표방하는 이재수 시장도 4년 내내 나무만 심어도 좋을 것”이라는 박봉우 명예교수. 그의 말대로 시정부가 도시숲 조성에 열과 성을 다한다면 숲과 어우러져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 춘천의 미래가 그리 먼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전흥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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