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는 2000년에 개봉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천재 감독의 반열에 들게 한, ‘가이 피어스’(레너드 역) 주연의 스릴러 영화이다. 이 영화는 시체스 영화제, 도빌 아시아 영화제, 선댄스 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했으며, 수많은 감상평에서 반전 영화의 명작이라고 회자되고 있다.

영화 ‘메멘토’ 포스터.

아내가 강간당하고 살해된 충격으로 레너드는 아내를 잃은 이후부터의 기억을 10분 이상 유지하지 못한다. 그는 사진과 메모에 의존해 사람, 집, 차 등을 인식하고 범인을 추리한다. 특히 중요한 단서는 몸 곳곳에 문신으로 새긴다. 그의 주변을 맴도는 나탈리와 테디는 범인 찾는 일을 도와주지만 그는 그들이 누군지 모른 채 메모에 의존해 짐작할 뿐이다. 레너드의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왜곡된다. 과연 그는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영화는 단기 기억 상실증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재미를 준다. 사고 나기 전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상실증은 로맨스 영화에서 흔한 소재이지만, 사고 후 기억을 유지시키지 못하는 기억상실증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에 몰입하다 보면 ‘메멘토’는 시간의 흐름대로 진행되는 일반적인 진행 방식을 뒤엎은 파격적인 편집을 이용해 최고의 반전을 선물한다. ‘메멘토’는 색채 화면과 흑백 화면이 번갈아가면서 진행되는데 색채 화면은 현재에서 과거로, 흑백 화면은 과거에서 현재로의 진행을 암시한다. 즉 과거를 1, 현재를 10이라고 하면 색채 화면은 10에서 5로, 흑백 화면은 1에서 5로 진행되어 마지막에는 현재와 과거의 중간인 5에서 만나게 된다. 이는 마치 어렵지만 흥미진진한 수수께끼를 풀고 있는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영화는 다소 불친절하게 힌트를 던져주는 방법을 사용해, 반전을 예상하기 힘들게 만들고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시켜준다. 이는 반전을 보게 되는 관객이 더욱 큰 충격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주인공을 연기한 ‘가이 피어스’는 영화 ‘메멘토’를 완벽하게 완성시켰다. ‘가이 피어스’는 영화 속의 ‘레너드’ 그 자체였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밝혀진 순간 주인공이 기억을 잃었을 때, 나는 영화 속의 레너드에게 가서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 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레너드를 표현하는 ‘가이 피어스’의 배역에 대한 소화력과 연기력은 영화에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메멘토’에 대한 나의 평점은 5점 만점에 5점이다. 추리 영화를 좋아하면 꼭 보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 영화를 휴식을 취할 때 볼 생각이라면 말리고 싶다. 영화와의 두뇌 싸움에 오히려 머리가 더 복잡해질 수 있어서다.

 

엄예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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