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너무나 의연하고 대범해서 그 뻔뻔스러움이 보통사람들의 경지로는 도무지 닿을 수 없을 만큼 아득하다.

그런 그가 결국 16일 중앙종회에서 탄핵됐다. 조계종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한다. 그의 탄핵은 오는 22일 원로회의에서 추인돼야 최종적으로 효력을 발생한다. 그러나 오늘날 불교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가 설정 한 사람이 물러난다고 해결될 리 만무하다.

1998년 조계종 폭력사태를 비롯해 불교계의 폭력과 도박, 온갖 협잡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것은 사부대중뿐만 아니라 웬만한 국민이라면 다 아는 얘기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도 새삼 말할 거리가 못 된다. 돈과 권력, 그것을 차지하기 위한 정치적 암투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이토록 소란스러운 건 불교계만이 아니다. 명성교회 세습논란에 휩싸인 기독교계도 요란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형교회들의 세습논란은 2000년 들어서 본격화됐다. 2001년 감리교단의 초대형교회인 광림교회가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세습했고, 2008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금란교회가 아들에게 목사직을 세습했다. 금란교회 담임목사 김홍도는 광림교회 김선도의 동생이다. 또 그들의 동생인 김국도가 담임하는 임마누엘교회도 2013년에 아들에게 목사직을 세습했다.

강남제일교회, 경향교회, 원천교회, 분당만나교회, 경신교회, 대성교회, 동현교회, 종암중앙교회, 인천숭의교회, 계산중앙교회, 경서교회, 대한교회, 부천혜린교회, 제일성도교회, 광명동산교회, 왕성교회, 성남성결교회, 시은소교회, 인천순복음교회, 안양새중앙교회…. 대형교회만이 아니다. 중소형교회들에서도 교회세습이 속출해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0일 현재 143개 교회가 혈통적 세습을 단행했다고 한다.

권력의 핵심은 돈과 사람이고, 거꾸로 돈과 사람이 권력을 만든다. 사찰의 불상이 거대해지고, 교회의 첨탑이 높아질수록 그들의 권력 또한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와도 같다. 그러니 종교가 ‘조폭’이 돼 이전투구를 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잎이 많으면 열매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던가? 종교의 화려한 외양 속에 쭉정이만 남은 꼴이다.

종교의 권력화는 종교가 국가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기능하면서 강력한 동력을 얻었다.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공인하면서 가톨릭은 로마제국 이후 중세 유럽 천년을 지배했다. 불교가 가장 흥성했던 고려시대나 성리학이 건국이념이 됐던 조선시대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해방 이후 한국현대사에서 기독교와 불교는 반공 이데올로기와 결합해 독재정권에 부역함으로써 그 권력을 극대화했다.
달마가 동쪽으로 온 까닭과 바울이 서쪽으로 간 까닭이 다를 리 없다. 불교와 중국의 만남, 기독교와 로마의 만남으로 이들 종교는 세계종교로 발돋움 했다. 어느 지역 어느 시대나 그리 다르지는 않지만, 이 종교들이 한반도에 들어와 유난히 더 극악하게 ‘조폭’화 된 데에는 신자들의 맹신과 굴종에 비신자들의 무관심이 더해진 결과가 아닐까? ‘귤화위지(橘化爲枳)’란 말이 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다. 땅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일 것이다.

전흥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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