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미 화가, “생각의 여지 남겨주는 그림 그리고 싶었다”

지금은 레고랜드 공사 중인 중도 섬에서 성장기를 보낸 이향미 화가의 작품들이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춘천미술관에서 ‘숨, 고르다’로 전시됐다.

점이 이어져 선이 되고 이 선들이 동그라미를 키워 마침내 또 다른 점이 된다.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숨을 참고 고르기를 수없이 반복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내면의 고요함으로 들어가 기억들을 담거나 덜어낸다. 이 작가는 전시장에서 숨을 고르는 의미를 전해주고 있었다.

이 전시전은 그의 네 번째 개인전이다. 화려한 수채물감이 한지에 번지는 효과가 두드러지는 작품들과 중도에서 살던 시절의 향수와 아련함을 표현한 연필화들이 전시됐다.

이 화가는 “그 시절 선착장에서 집을 바라본 느낌, 중도에 있던 집에서 바라보던 춘천시내의 느낌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지금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사라진 고향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중도를 그린 그림을 바라본다.

흑백의 명암과 명확하지 않은 선 처리로 몽환적 느낌을 주는 작품들은 관객에게 생각의 여지를 남겨준다. 전시장의 액자 배열이 직선과 직각으로 맞지 않는 이유 또한 숨을 한 번 여유 있게 고르라는 의미다. 이향미 작가는 그림으로 사람과 대화한다.

유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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