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는 단순히 모성애를 다룬 영화가 아니다. 인생이나 사회 이야기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만화기법의 영화로 스릴있는 스토리구성과 범인찾기라는 추리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마더’의 서사적 요소는 주변 인물들의 광증과 삶을 희화화한다.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성격은 거친 성적 욕망으로 왜곡되어 있고 비정상적인 인간관계는 내밀하게 위계화 되어있다. ‘마더’는 사물이나 현상의 특징을 과장하면서도 인간의 내면 그 깊숙한 곳을 묘사한다.

‘마더’의 기제는 엄마와 아들이 서로 의존하고 제약하는 욕망의 역학관계다. 가난한 데다 과부인 엄마에게 바보 도준은 세상의 전부. 얼핏 푼수 같은 엄마와 저능아인 아들은 사회적 자아로부터 폐쇄되어 있다. 아들은 마더의 일방적인 명령 속에서 훈육되고 마더의 보호 없이는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 마더의 집착은 아버지의 욕망까지 욕망한다. 그 결과 도준은 사회적 자아로 성장할 기회를 박탈당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들을 둘러싼 주변의 캐릭터들 역시 억압과 착취의 관계를 보인다. 영화는 이런 삶의 불협화음적인 착시를 라캉의 언술인 ‘오인’과 ‘응시’로 가정한다. 라캉은 “에크리 세미나 8”에서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지어져 있다’라는 명제를 제시했다. 그리고 ‘인간 주체의 욕망은 궁극적으로 언어적 욕망으로 수렴된다’며 곧 ‘무의식은 언어다’라고 명명하고 진술했다. 오인과 응시의 심리적 분열은 욕망의 일그러진 표출이다.

마더는 바보아들 도준을 자신의 시선 안에 두고 줄곧 응시한다. 술 취한 도준이 문아정을 쫓던 다음날 문아정이 시체로 발견되고 도준은 살인자로 지목된다. 문아정은 성을 팔아 할머니와 생활을 하고 있는 소녀가장이다. 영화의 핵심과제는 마더의 살인자 찾기다.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라는 엄마의 독촉에 도준은 5살 때 자신에게 독이 든 박카스를 먹여 죽이려 했던 엄마를 기억해낸다. 기겁한 엄마가 망각의 침을 놓으려 하지만 도준은 또 자신을 죽이려 하느냐며 마더를 거부한다. 마더는 문아정 살인 현장에 있었던 고물상 노인이 목격자임을 알고 찾아간다. 마더는 아들의 유일한 살인 목격자인 고물상 남자를 죽이고 급기야 불까지 지른다. 결국 또 다른 고아이자 저능아인 종팔이가 살인자로 지목되고 도준은 나온다. 석방된 도준이가 불탄 고물상 잿더미에서 침 상자를 찾아와 엄마에게 건네며 “이런 걸 막 흘리고 다니면 어떻게 해” 한다. 충격에 사로잡힌 마더는 자신의 기억을 지우고자 허벅지에 망각의 침을 놓는다.

라캉의 정신분석에서 삶이 결핍인 까닭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진정한 욕망의 대상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대체된 대상과의 결합에서 오르가슴적인 충만의 주이상스(jouissance; 고통 속의 쾌락, 불만족 속의 만족감을 지칭)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철저한 망각 전략의 오인과 응시 속에서 도준의 자아와 마더의 욕망은 사건의 진실을 왜곡하고 충돌한다.

그러다 도준의 박카스 병에 대한 기억은 엄마와의 주도권이 바뀌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엄마와의 종속적 근친관계로부터 완전한 독립이다. 라캉이 말하는 ‘박탈 속의 쾌락’이다. 억압에서 주체로 돌아오는 도준의 응시가 주이상스라면 마더의 망각의 침 맞기는 오인의 퇴행적 주이상스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금시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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