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공방 창’ 이병희 대표

동면 감정리 가락재로 향하는 길가에 ‘나무공방 창’이 눈에 들어온다. 낯선 자를 멀리하려고 짖어대는 개와 목줄을 잡고 진정시키는 이병희 대표와의 첫 대면이다.

이 대표는 서울에서 일을 하다가 취미로 시작한 목공의 매력에 빠져 전문대에서 수학 후 유럽이나 미국 가구처럼 미적인 요소를 배재하지 않은 합리적인 가구에 기준을 두고 연구, 제작하는 데 힘써왔다.
지금도 수제 원목가구는 비싸다는 편견에 맞서 미적이면서 활용성 있는 가구를 만들어 합리적인 소비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적절한 가격에 판다.

“원목가구라고 해서 모든 부분이 원목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원목보다 더 단단해서 내구력이 좋은 합판은 원목보다도 비싸요. 직접 만든 가구를 보여주거나 판매도 하지만 재료에 대한 편견에 대해 설명하고 좋은 원목들에 대해서도 알리고 싶어 프리마켓에 종종 참여합니다”

디자인과 재료 등은 의뢰자의 요구에 따르고 거기에 상세한 컨설팅을 거쳐 최종 설계 후 만들어진 가구일수록 소장가치를 느끼며 오래오래 쓸 수 있다고 한다. 똑같은 제품만 만드는 일이라면 금방 지겨움을 느꼈겠지만 매번 다르게 만드는 작품이라 도전이 주는 기쁨을 느끼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마음껏 생각해 보고, 하고 싶은 대로 설계를 하도록 하면 의외의 좋은 작품이 나오고,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더 큰 성취감을 느낀다고 한다.

6년 전 이 대표는 부모와 합가를 계기로 아무런 연고가 없는 춘천으로 와서 사암리에 공방을 마련했다.

“춘천으로 내려올 때 지인이 ‘거기 가서 뭐먹고 살래’라며 근심어린 질문을 해왔어요. 사실 먹을거리를 고민하는 사람은 요즘 없잖아요. 어떠한 삶을 사느냐가 문제죠. 저는 자연을 체험하고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어 춘천으로 왔어요. 생각을 조금 바꾸고 여유를 즐기는 삶을 살게 돼서 너무 좋지만, 서울로 직장을 다니는 아내에게는 항상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요.”

요즘은 다음달 5일 개관하는 김남주 작가의 도자기전에 쓸 장식대 제작에 열중이다. 나무 본연의 색과 모양새를 멋지게 드러낸 이 대표의 작품위에 도자기가 전시된 모습이 그려진다. 몸이 목공 작업에 몰입해 있을 때 정신은 오히려 자유롭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고 보면, 그에게 목공 작업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삶의 의미를 찾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그의 공방에서 가구가 예술품으로, 예술품이 편리한 가구로 변모하고 있다.

유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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