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전국 산지의 풀밭에서 익모초나 속단을 닮은 연분홍색 꽃의 ‘송장풀’을 볼 수 있다. 하필이면 왜 송장풀일까? 시체 썩는 냄새라도 난다는 것일까? 거센 털이 좀 사납긴 해도 예쁜 꽃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이 정체불명의 이름의 근원이 어디일까? 고서들을 뒤적여보고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지만 궁금증을 풀릴 줄 모른다.

일본에서는 중양절 전날 국화꽃을 솜으로 씌웠다가 당일에 몸을 닦으면 축복받는다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 솜을 キセワタ(着セ綿, 키세와다)라 하고 같은 이미지의 이 꽃도 그리 부른다. 여기에 솜으로 시신을 닦는 우리 풍습을 빗대어 송장풀이라 했을 것이라는 설이 있는데 엄청난 비약 같지만 거의 유일한 추론이다.

우리 현대식물학의 선구자인 정태현이 참여한 1937년의 <<조선식물향명집>>에 ‘개속단(개방앳잎)’으로 기재되었다가 1949년의 <<조선식물명집>>에 뜬금없이 ‘송장풀(개속단)’로 바뀌어 현재 국가표준식물목록의 추천명이 되었지만 식물명집이라는 책의 한계 때문에 그 어떤 이유도 찾을 수가 없다. 다만, ‘속단’은 속단속이고, ‘송장풀’은 익모초속이니 학자의 지극히 분류학적인 소견으로 접근하여 ‘개속단’을 버리고 ‘송장풀’을 취한 것이 아닐까 추정해 볼 뿐이다. 이러한 연유로 원래 쓰이던 ‘개속단’으로 부르자고 하는 주장도 있는데 상당히 타당해 보인다.

북한에서는 ‘산익모초’, 중국에서는 大花益母草(대화익모초)라 부른다. 속명 Leonurus(레오누루스)는 그리스어 leon(사자)과 oura(꼬리)의 합성어로 긴 꽃차례가 사자의 꼬리를 닮았다하여 유래된 이름이고, 종소명 macranthus(마크란투스)는 '꽃이 큰'이라는 의미이다.

최동기 (식물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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