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상륙하는 태풍 ‘솔릭’의 위력에 전 국민이 긴장했다. 한편으로는 워낙 역대급의 폭염에 시달렸던 터라 태풍이라도 와서 폭염을 날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막상 무지막지하게 센 놈이 오니 잔뜩 겁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

‘태풍(颱風)’이라는 한자는 공교롭게도 영어 ‘typhoon’과 발음이 흡사하다. 그러나 ‘typhoon’의 유래는 그리스 신화의 티폰(Typhon)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와 거인족 타르타루스(Tartarus) 사이에서 태어난 티폰은 백 마리의 뱀의 머리와 강력한 손과 발을 가진 아주 사악하고 파괴적인 용이었는데, 제우스의 공격을 받아 불길을 뿜어내는 능력은 빼앗기고 폭풍우 정도만을 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태풍은 열대성저기압이다. 열대성저기압은 발생장소에 따라 태풍(typhoon), 허리케인(hurricane), 사이클론(cyclone), 윌리윌리(willy-willy), 바기오(baguios) 등으로 불린다. 태풍에 처음 이름을 붙인 사람들은 호주의 예보관들이었다고 한다.

20세기 초 호주의 예보관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을 태풍에 붙여 “현재 ○○○이 태평양 해상에서 헤매고 있는 중입니다” 등으로 태풍예보를 했다고 하니 호주인들의 유머감각도 꽤 쓸 만한 것 같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특검 역사상 처음으로 수사기간 연장을 포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여당으로부터는 ‘정치특검’, 야당으로부터는 ‘부실수사’라는 비난을 받아 특검팀으로서는 아주 고약한 상황이다. 20일간의 수사 준비와 60일간의 수사기간을 돌아보면 예산만 낭비한 특검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특검수사에 배정된 예산은 31억 4천만원이다. 특검수사는 25일 종료돼, 27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한다.

지난 지방선거 직전 불거진 ‘드루킹 댓글’ 논란은 자칫 ‘태풍의 눈’이 되는 듯싶었으나,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 핵심인물로 지목된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는 52.8%의 득표율로 여유 있게 당선됐다. 김 지사는 2016년 11월 9일 댓글조작용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해 댓글조작을 암묵적으로 승인하고 지속적으로 보고를 받은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특검은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드루킹 일당의 진술에만 의존해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공소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비록 드루킹 일당에 대한 수사를 통해 범죄행위를 어느 정도 밝혀내기는 했지만, 특검이 후폭풍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표적수사를 통해 고 노회찬 의원의 자살을 초래한 점은 허익범 특검에게 두고두고 불명예로 남게 됐다. 이제 특검은 그만 두고 ‘공수처’나 빨리 신설하자.
 

전흥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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