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민들레》 118호엔 2년 전 《민들레》 108호에 소개했던 도쿄의 ‘어린이식당’ 근황이 실려 있었다. 2013년에 시작된 ‘어린이식당’은 마을에서의 어린이 돌봄을 위한 모델의 하나로 일본 전역으로 시민운동처럼 퍼져나갔다. 높은 이혼율로 인한 한부모 가정의 증가와 맞벌이 부부의 늦은 귀가 등으로 아이들의 식사와 돌봄이 문제가 되던 상황과 맞물려 인기를 끈 것이다. 부모의 돌봄이 어려운 시간에 지역 주민들이 돌아가며 숙제를 봐주거나,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고, 함께 식사도 하는 역할을 하는 공간을 만들어 ‘어린이식당’으로 운영한 것이 주효했다.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다양하게 힘을 보태 ‘모두의 돌봄’ 기능을 하게 되고, 조금 확장된 곳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맞벌이 부모, 독거노인, 싱글맘 등 따뜻한 저녁이 필요한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게 되면서 ‘모두의 식당’으로 불리기도 한다.

초기 2013년에는 21곳에서 시작해 2016년엔 일본에서만 320여 곳으로 늘었다고 하는데, 이용은 어린이부터 고등학생까지 우리 돈으로 약 천원을 받는다. 마을에서는 공간마련, 다양한 식재료 후원, 자원봉사자 등의 자원을 엮어 식당운영에 힘을 보태고, 관계를 맺어가게 되면서 마을에 활력이 생겼다고 한다.

단순한 마을활동을 넘어 지자체나 지역복지기관들이 함께 힘을 모으면서 확장성이 더욱 커졌다. 밥을 먹으러 오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린이식당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함께 경험하고, 성장을 공유한다는 사실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성장기 이면에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나는 참여일손의 지속성 등이 현재의 주요 고민이라는 저자의 소식과 함께 국내에서의 다양한 시도들을 소개하고 있다.

제주 ‘한 지붕 열 가족’ 어린이식당은 한 아파트단지에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한 사업으로 추진한 ‘수눌음(품앗이)육아나눔터’가 제주1호점으로 들어서면서 시작된 아파트 단지의 공동육아활동이 어린이식당으로 확장된 사례다. 공동육아를 하던 엄마들이 같은 아파트의 아이들 식사를 매달 2회씩 날을 정해 제공하면서 주민들의 다양한 참여와 이용이 생겨났고,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감동과 사연들은 당연히 그들의 경험자산이 되었다. 서울에서도 지난 4월에 문을 연 관악구의 ‘행복한 마마식당’이 따뜻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식사뿐 아니라 함께 놀 아이들이 만나고, 동네 형, 누나, 동생들이 함께 밥을 먹는 것도 서로의 경험이 된다. 주민이 참여하는 ‘마마봉사단’이 요리를 담당하고, 서울대 ‘다솜봉사단’ 동아리 언니 오빠들과 고등학생, 직장인 등의 개인 봉사자들도 손을 보탠다고 한다. 또 서울 중구에서도 매달 한 번씩 ‘신당동 어린이식당’을 열어 단돈 천원으로 혼자 밥을 먹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신당동주민센터에서 운영을 맡고 올해의 마을특화사업으로 추진하면서 다양한 마을 자원들이 결합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춘천에서도 마을자치, 시민교육, 마을공동체를 어떻게 할까에 대한 고민들이 무르익고 있다. 어렵고, 힘들 것 같지만 우리 자신들의 필요와 이웃을 돌아보면 가장 가까운 필요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일 것이다. 고민만 해서 머리가 아프다면 이제 몸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으로 살짝 방향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김윤정 (공유가치창출디자인연구소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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