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직접민주주의 구상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마을별로는 민회와 주민자치회를 활성화해서 주민총회와 시민총회를 통해 정책제안을 이끌어내고, 계층별 또는 분야별로는 당사자협의체를 통해 현안에 대해 서로 소통하고 의견을 조율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시민들이 쉽게 다양한 의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특정 사안에 대해 토론이나 찬반의사를 밝힐 수 있게 돕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출된 시민제안은 일정한 절차나 과정을 거쳐 정책협의나 공론화 과정으로 넘겨진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민간 전문가와 행정으로 구성된 단위에서 정책결정을 하고 실행에 옮긴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 전에 시민들이 시정계획을 파악하고 관심사안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정보공개와 관련된 제도도 손을 보기로 했다. 비록 공유를 위한 초안이라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골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몇 차례 진행된 각 분과위원회의 포럼을 지켜보면서 한편으로는 춘천과 같은 중소규모의 도시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직접민주주의 실험에 대한 기대감이 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우려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특히 시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만큼 시민이 얼마나 준비되었을까 고려해야 한다. 자발성에 기초하지 않고 위로부터 추진되는 개혁은 관치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하던 지랄도 멍석 펴 놓으면 안 한다’는 속담이 있는데, 해보지도 않은 일은 오죽할까 싶다.

그러니 제도나 시스템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할 것은 어떻게 시민의 눈높이에 맞게 참여의 계기를 최대한 다양하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다. 개념이나 용어가 주는 혼란은 최소화돼야 한다. 민회, 주민자치회, 당사자청, 당사자협의체, 당사자위원회, 지혜의청, 청년청, 농민회의소, 코디네이터, 공론화위원회,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주민자치지원단, 플랫폼, 주민총회, 시민총회 등등 용어나 체계가 좀 더 명쾌하게 제시되지 않으면 혼란만 가중시키고 논란의 덫에 빠질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각계각층에서 주민의 참여를 촉발시키기 위해서는 마을활동가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 속에서 소통의 다리를 놓는 젊고 유능한 마을활동가들이 어항 속에 산소를 불어넣듯 종횡무진 활개를 치고 다녀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다. 일정 기간 마을활동을 잘 한 활동가들을 별정직 공무원으로 특별채용하는 파격이 필요하다. 주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열정과 능력이 뛰어난 인재들을 일정한 심사와 절차를 거쳐 공무원으로 채용한다면 많은 인재들이 몰려들 수도 있지 않을까? 춘천시 공무원 정원은 1천546명인데, 이 중 현원은 1천500명을 조금 넘는다. 약 30~40명의 자리가 비어있다는 것이다.

‘줄탁동시(猝啄同時)’라는 말이 있듯이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병아리는 안에서, 어미닭은 바깥에서 서로 동시에 호응하며 알껍데기를 쪼아야 한다. 병아리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미닭이 마구 쪼아대 죽은 병아리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전흥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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