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끝난 지 석 달이 되어가는 요즘, 정치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 곳곳을 누비고, 방송의 전파와 신문의 지면을 넘나들며 뛰어다니던 정치가 갑자기 사라졌다.

최저임금 인상, 고용문제, 경제침체, 양승태 사건, 기무사 사건 등 정치가 필요한 굵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그 어느 곳에서도 간간이 목소리만 들릴 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전당대회로, 비상대책으로, 당내 문제로 그들만의 리그는 여전히 시끌벅적하다. 골목 안길의 바람처럼 시끄럽기만 할 뿐 국민의 삶에는 한 줌 바람도 되지 못하고 있다.

민주적인 의사소통 구조가 뒤틀어지고 중앙당 중심의 정당 구조와 자치단체장, 지방 의원 등에 대한 공천권 행사로 지역민들의 의사가 왜곡되는 정치구조 속에서 중앙정치의 숨소리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현실은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

지방선거 전 진행되었던 지방분권 개헌논의는 이러한 정치구조의 변화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헌법 전문에 분권국가임을 명시하고 자치입법권·자치행정권·자치재정권·자치복지권 등 4대 지방자치권을 보장하는 지방분권 개헌을 꿈꾸었다. 선거제도 개혁으로 지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지역 정치시대가 열려 시민민주주의의 열매를 맛볼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열매 맺을 씨앗은 다시 국회의 어느 창고에서 잠자고 있다.

‘5년 뒤 도내 고교생 1만명 줄어든다(강원도민일보 8월 18일자)’ ‘내년 고교생 3,788명 감소 9개 고교 학급수 줄이기로(강원일보 8월 20일자)’ ‘도내 출산율 ‘0명대’ 진입(강원도민일보 8월 23일자)’ ‘강원인구 한 달 새 311명 줄었다 (강원일보 8월 23일자)’

최근 도내 지방일간지의 기사 제목은 강원도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정당들은 강원도당위원장 선출 과정에서조차 중앙 정치의 논리에만 충실했을 뿐 지역 중심의 그 어떤 처방도 제시하지 못했다. 여전히 그들의 정치는 지역민과 동떨어져 작동하고 있었다.

시민이 정치의 중심이 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2015년 12월 스페인 총선에서 40년 묵은 양당구도를 깨고 창당한 지 1년밖에 안된 신생 정당 포데모스(Podemos, ‘우린 할 수 있다’)가 69석을 확보하면서 제3당으로 떠올랐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의 재정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스페인.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깨고 긴축정책을 펴는 바람에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집마저 빼앗겨버렸다. 2011년 ‘부패 척결. 일자리 해결. 빈부격차 해소’ 등의 요구를 내세운 인디그나도스( Indignados, ‘분노한 사람들’)의 시위는 스페인 전역으로 번져 800여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참가했다. 그 과정에서 시민이 주도하는 새로운 전국정당 ‘포테모스’를 탄생시켰고 기성정치의 판도를 바꿔버렸다.

일본의 법학자 스기타 아쓰시는 ‘정치는 뉴스가 아니라 삶’이라고 했다.

정치가 국민과 동떨어져 뉴스거리로만 존재하는 중앙집권방식의 정치시대를 마감하고 문화가 되는 정치, 삶을 토대로 한 일상의 정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정당이 아닌 지역민이 주도적으로 만드는 우리의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정치가 시민과 놀아야 한다.

권오덕 (춘천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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