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운 (강원대 EPLC 사무처장/연구교수)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미국에 사는 친구로부터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잠시 한국을 방문했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서울로 달려갔다. 우리는 캔자스 주 로렌스라는 아주 작은 마을에서 1년 6개월을 동고동락한 친구사이다. 아이 둘을 데리고 박사후연구원으로 살아가는 기러기 아줌마와 아이 셋을 기르며 남편의 박사 과정을 지원하는 주중과부(자칭) 아줌마는 만나자마자 자매애로 하나가 되어 그 어려운 시절을 손잡고 지나갔다. 아마도 전적으로 육아를 담당해야 하는 서로에 대한 측은지심이 아니었을까? 급속도로 이루어진 만남에 속사포 같은 수다를 나누다보니, 서로의 아이들을 돌봐주기도 하며, 때론 엉성한 솜씨로 만든 반찬을 나누며 고국에 있는 가족보다 더 가깝게 지낸 시간들이 아련한 추억으로 미화되기도 한다.

그런데 친구가 뜬금없이 남편을 미국에 두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어렵다는 영주권을 받으려고 모진 세월을 참아낸 부부가 왜 그런 이야기를 할까? 역시나 자녀교육문제였다. 이제야 남편이 대학 연구소에 자리를 잡아서 겨우 생활이 안정되었을 뿐 매달 부담스런 집세를 치르고, 아이들 키워야 하는 빠듯한 생활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자녀 3명을 모두 대학에 보내려면 부모의 자산이 웬만하지 않고서야 몹시 어려운 일이기는 하다. 오죽하면 미국 대학생들이 대학 졸업과 동시에 고액 채무자가 된다는 우스개까지 회자될까. 실제로 알리안츠의 발표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미국 대학생이 졸업할 때 짊어지는 학자금 부채 금액은 2만9천400달러(한화 약 3천2백7십만원)였고, 신용카드 부채도 1인당 1만5천950달러(약 1천7백7십만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럴진대, 한국에서는 3자녀 모두 대학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연령도 만 29세까지 가능하다고 하니 망설일 이유가 없단다. 친정도 시댁도 한국이고, 미국에 살면서도 자녀들 한국어 교육도 열심히 시켰고, 아이들이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어서 딱히 문제가 될 것도 없다는 이야기에 듣는 내내 벌어진 입을 다물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국내 대학들의 다양한 수시전형에 대한 정보까지... 아, 한국에 사는 나보다도 국내 교육지원정책을 훤히 꿰고 있다니! 생면부지의 땅 미국으로 출발할 때도, 그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는 힘도,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려는 이유도 역시나 ‘자녀교육’이었구나!

나의 친구처럼, 자녀교육을 위해 이 나라를 떠난 이들이 다시 자녀교육을 위해 이 땅을 다시 찾아올지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고향을 잃은 현대인들이 어느 나라에, 어디에 사는가가 뭐 그리 중요하랴. 그런데 기회가 된다면, 그리고 상황이 허락된다면 기꺼이 교육난민이 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은 걸 보면, 어쩌면 한국가족에게 자녀교육은 이미 생존을 넘어 종교 그 이상이 아닐까. 아, 내 모든 사랑을 아이에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양진운 (강원대 EPLC 사무처장/연구교수)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