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항리 농어촌 인성학교에서 북산면민 체육대회 열려
배 타고 나오고 인제로 돌아오고…하루 종일 웃음꽃 만발

춘천시 북산면은 양구방향으로 30분 정도 가다가 만날 수 있는 곳으로 18개리 998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1973년 소양댐이 생기며 소양호를 중심으로 나눠진 상태다. 강 건너 있는 물로리, 조교리, 대동리, 대곡리는 인제 신남을 거쳐 양구로 멀리 돌아오거나 배를 이용하기도 한다. 특히 대곡리는 13가구 18명의 주민이 살며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외지와 연결되는 도로가 없는 마을이라 무조건 배를 타고 나와야 한다. 섬이 아니면서도 섬 생활하는 사람들인 셈이다. 북산면은 임야가 많은 지역이라 농지가 적다. 주민들은 장뇌삼 농사도 짓고 고추와 들깨 농사도 지으며 살아간다. 강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어업을 생업으로 삼기도 한다. 험한 산지와 소양호를 끼고 있어 모든 면민이 모이는 날은 가을에 여는 ‘면민체육대회’가 유일하다.

지난 24일 북산면 오항리에서 ‘북산면민 화합 체육대회’가 열려 주민들이 ‘컬링게임’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 북산면 오항리에서 ‘북산면민 화합 체육대회’가 열려 주민들이 ‘컬링게임’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 북산면 오항리 농어촌인성학교 마당에서 면민들이 음식을 나눠먹고 작은 운동이나 게임을 함께하며 서로의 안녕을 묻고 화합하는 ‘북산면민 화합 체육대회’가 열렸다.

체육대회가 있는 날 아침 소양호 주변은 짙은 안개로 가득 찼다. 10시가 넘자 따듯한 햇살에 안개가 걷히고 울긋불긋 물든 산들이 선명한 색을 드러냈다.

행사를 주관한 북산면이장단협의회 박제철 회장의 대회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사가 펼쳐졌다. 18개 리가 ‘푸른산팀’과 ‘맑은강팀’으로 나뉘어 경기를 펼쳤다. 다른 마을에서 와도 오늘은 한 팀으로 묶여 한 마음 한 뜻으로 응원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부녀회 어머니들이 준비한 따듯한 두부와 도토리묵, 김치와 더덕무침, 두툼하게 만든 고구마전과 떡, 감칠맛 나는 코다리무침이 점심과 함께 제공됐다. 드럼통에 굽는 삼겹살 주변으로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북산면 부녀회장 정순기(오항2리·58) 씨에게 많은 음식 준비가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1년에 한 번 이렇게 모인다. 각 리 부녀회장들이 맡은 음식을 장만해왔고 모든 분들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에 힘든 것도 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체육대회 2부가 시작됐다. 연세 많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위한 컬링 게임이 열렸다. 이 경기에 참가하고 싶어도 70대의 젊은이(!)는 자격미달이다. 2:0으로 ‘맑은강팀’이 이겼다.

각 리에서 한 사람씩 나온 노래자랑 참가자들의 열띤 경쟁에선 추곡1리가 우승을, 내평리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총 9개의 게임을 진행한 결과 초반부터 좋은 성적을 이어간 ‘맑은강팀’이 전체우승을 했다. 많은 경품과 상품도 어느새 동이 났다. 여전히 쾌청한 하늘 아래 소양호로 뻗은 산줄기에 둘러싸여 주민들은 한층 더 쾌청한 기분으로 내년 대회를 기약하는 인사말을 서로에게 건네며 헤어졌다.  

유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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