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성희롱·감염사고 등 논란으로…개원 이래 최초
“병원 내 감염률 전국 2위, 간호사 5년 내 퇴직률 전국 최고”
노조, 원·하청 노조 부서별로 “재발방지 대책 및 구체적 지침 제시하라”

지난 8월 강원대병원 간호사들이 고충처리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강원대병원은 2016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환자의 감염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두 건의 수술을 진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HIV(후천성면역결핍증)에 감염된 환자가 응급 이송됐음에도 확인 없이 두 차례 수술을 진행했고,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입원했던 환자도 수술이 진행된 지 열흘이 지나서 결핵감염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5일 강원대학교병원 본관로비에서 강원대병원장 국정감사에 대한 원·하청 노동조합 공동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현섭 인턴기자
지난 25일 강원대학교병원 본관로비에서 강원대병원장 국정감사에 대한 원·하청 노동조합 공동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현섭 인턴기자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현아 의원(한국당)은 지난 24일 국정감사 중 국립대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 간 병원 내 감염현황’을 분석한 결과, 모두 517건의 병원 내 감염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강원대병원의 경우 올해 8월말 기준 24건이 발생했다. 2016년 10건, 2017년 29건으로 서울대학교 병원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감염률을 보였다.

강원대병원을 둘러싼 논란은 이뿐이 아니다. 국립대 병원 간호사 퇴직자 중 5년 내 퇴직률은 94.7%로 전국 최고의 퇴직률을 기록했다. 김해영 의원(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6~2018 국립대병원 간호사 퇴직현황’에 따르면 퇴직자는 4천991명으로 이중 94.5%인 4천716명이 5년 이내 퇴직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해영 의원은 “수년 째 과중한 업무강도와 태움 문화로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비판이 많다”며 “국립대부터 간호사 근무환경을 개선해 안정적인 간호사 수급과 원활한 병원 운영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보호자 폭행과 난동 역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박경미 의원(민주당)이 전국 10개 국립대학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4~2018.9. 폭행·난동 현황’에 따르면 강원대병원에서 발생한 폭행·난동 사례는 77건으로 서울대병원(94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또 박 의원은 지난해 5월 강원대병원에서 채용한 방사선사의 경우, 당초 면접대상자 5명을 모두 불합격시킨 이후 병원 측에서 영어 우수자를 채용키로 하면서 면접 대상을 두 배로 늘렸고, 서류와 필기전형 당시 8등이 최종 합격했다고 밝히며, 채용비리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원대병원 원·하청 노동조합은 지난 25일 강원대병원 본관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감사장에 선 강원대병원장은 갑질, 성희롱·추행, 비정규직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강원대병원분회(분회장 오종원)는 공동기자회견에서 “드디어 오늘 강원대병원장이 국정감사장이 선다”며 “그동안 병원이라는 성역 안에서 심각하게 곪아있던 폭력적인 문화가 마침내 둑을 무너뜨리고 폭언과 성추행, 감염관리, 비정규직 문제로 터져 나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24일 병원장이 내부통신망을 통해 직원들에게 보낸 담화문에서 ‘겸손한 마음으로 고백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미래지향적으로 답변을 하겠다’고 말했지만 병원은 그동안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온갖 위원회를 질질 끌거나 노사협의를 방기하며 면피용 대책을 만들어 현장을 혼란스럽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말로만 엄정한 조사를 하고 있다 주장하고, 권한이 없는 고충처리위원회가 가동되고 있다”며 “재발방지대책은 가해의사에 대한 중징계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성토했다.

노조는 각 부서별로 재발방지대책을 제출하고, 병원의 문화를 바꾸기 위한 구체적 지침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 또 강력한 징계를 통해 교수들이 실질적으로 자신의 행위를 점검하도록 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강원대병원 청소용역을 하고 있는 강원대학교병원 민들레분회(분회장 김금순) 조합원들의 피켓시위에 용역을 맡고 있는 한국노인생활지원재단 사장이 훈계와 협박을 했다는 주장으로 파문이 일었다.

노조는 “사장이 피켓 시위를 하지 말라며 한 시간 가까지 훈계를 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월급을 깎겠다고 말했다”며 성토했다. 또 “분회장을 ‘아줌마’라고 부르며 수술방으로 구역을 옮기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김금순 분회장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다. 부당노동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정당한 조합활동에 대해 인정하라”며 눈물을 흘렸다.

원·하청 노조는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수많은 의혹과 우려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또 “국립대병원을 관리·감독해야 할 교육부는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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