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남북강원주민연대 대표)
김창수 (남북강원주민연대 대표)

제5회 ‘아리스포츠컵 U-15 국제유소년 축구대회’가 지난 25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춘천에서 열리고 있다. 남북교류와 협력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춘천에서도 북한과 축구를 통한 교류가 싹튼 것이다. 북한과의 직접 교류를 경험하기 쉽지 않은 우리에게 급속히 변화하는 남북관계를 실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춰 (사)춘천영화제와 남북강원주민연대가 11월 2일 북한영화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를 상영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두 단체가 북한영화를 춘천시민들에게 소개하려는 것은 스포츠 교류를 문화예술 교류로 확장하고자 하는 소망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는 영화상영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평범한 일상과 문화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남북이 정치, 경제, 문화예술, 체육 등 각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바탕으로 공동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공통점과 동질성을 확인하고 회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서로의 차이점과 이질성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차이로 인한 갈등과 충돌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 영화 상영으로 이러한 기대가 단번에 충족될 리는 만무하겠지만 이것이 작은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는 시골의 한 여성 탄광 노동자가 공중곡예사의 꿈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멜러 코미디물로 북한이 영국, 벨기에와 합작해 주목을 받았던 영화다. 김광훈 감독(북한)이 안야 다엘레만스 감독(영국), 니콜라스 보너 감독(벨기에)과 공동작업을 통해 제작한 이 영화는 토론토국제영화제 등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작품이다. 또한 유럽 최대 규모의 영화제인 우디네 극동아시아 영화제를 비롯하여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홍콩 아시아 영화제, 인도 케랄라 국제영화제, 시애틀 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영화제 등에서도 상영되었다.

국내외 많은 곳을 돌아온 화제의 영화가 드디어 춘천에서도 시민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짧은 준비기간으로 인해 부족한 점이 적지 않겠지만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의 능라도 연설 등 기존의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역사적인 해에 세계 유일의 분단도인 강원도의 수부도시 춘천에서 북한영화를 접하는 일은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남북평화와 협력을 기원하는 남측예술단의 4월 평양공연 ‘봄이 온다’에 이어 북측예술단의 서울공연 ‘가을이 왔다’를 앞둔 시점에 춘천시민들도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 영화관람을 통해 남북관계에 가을이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춘천영화제와 남북강원주민연대는 그런 소박하고도 간절한 바람을 담아 영화상영회를 준비하고 있다. 아무쪼록 많은 춘천시민들이 평소 접하기 힘든 북한영화를 관람하며 그들의 정서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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