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를 가지고 일을 하면 그 결과도 늘 선할 것이라 기대한다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지금까지 역사 속에서 선의를 가지고 일을 시작했지만 방법이 타당하지 못해서, 상대방이 선의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서 일을 그르친 경우는 한 두 번이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최저 임금인상 문제가 그렇다. 방법의 정교함이 수반되지 않았기 때문에 급히 정책 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난관에 봉착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선의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또 다른 약자인 소상공인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 사회 최고의 갑이라 할 수 있는 대기업과 재벌들이 중소상공인과 맺고 있는 착취적 관계는 그대로 둔 채 일을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선의를 충분히 이해하도록 하지 않아서 문제가 된 사례는 굳이 사회사를 들지 않아도 된다. 일상의 삶 속에서 모든 사람이 종종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매체를 통해 심심찮게 알려지고 있는 부모와 자식 사이의 갈등이 대부분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한 데서 생겨난다.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충분히 자식에게 공감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식에게 제시되는 부모의 다양한 요구는 괴롭힘으로 해석되기 일쑤다.

파산 지경에 놓인 대동·대한운수를 인수하여 경영을 하게 된 ‘춘천녹색시민협동조합’(이하 녹색조합)의 발기 취지나 조합이라는 조직이 역사 속에서 탄생하게 된 선의를 생각해보면 조합을 통해 버스회사를 운영하는 일에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녹색조합을 만들고자 발기한 사람들의 그간 행적을 봐서도 그렇다. 녹색조합의 발기인들은 조합을 만드는 이유를 버스 회사 운영이 ‘오로지 춘천시정부와 운수회사의 협상’에 의존한 탓에 ‘성과 없는 협상의 고통은 전적으로 시민의 몫’이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시민이 협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1840년대 시작된 협동조합의 탄생배경도 자신의 문제를 자신들이 돈을 모아 해결하고자 한 데 있다. 이런 조합의 정신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한 조합운영을 다양하게 해온 사람이 녹색조합의 발기인으로 참여하였으니 더더욱 믿음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동·대한운수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파업을 단행한 노조원들이나 춘천의 시민단체 연합체인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에서 제기하고 있는 의혹은 조합의 선의를 봐서 묵살해도 좋은 내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네트워크가 지난 24일 성명서를 통해 발표한 의혹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내용은 ‘자본이 전혀 없는 협동조합이 인수 자금 전액을 차입금으로 충당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는지?’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모든 것을 사실상 시가 하고 있고 녹색조합은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재수 시장이 인수자금을 빌려 준 사람이나 금융기관에게 독점적 위치에 있는 버스회사를 넘기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내용이 된다. 시장이 말로는 공영제를 외치지만 나중에 나타난 결과는 ‘도로 사영제’가 아닐까 하는 의혹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많은 시민들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을 녹색조합과 시가 바로 풀지 않는다면 조합원으로 가입할 시민은 거의 없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 조합은 몇 사람의 금력가가 장악한 사실상 개인기업과 다르지 않게 된다. 하루 빨리 녹색조합과 시는 버스회사 인수와 관련한 그간의 사정과 앞으로의 일정을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시민들에게 공개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