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춘천시의 유일한 시내버스 회사인 대동·대한운수가 경영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노조 측에서는 부실·방만 경영을 지적하며 ‘완전공영제’를 요구하는 파업에 들어갔다. 시내버스 운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2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춘천시민은 교통 불편에 시달려야 했고, 시는 운행이 줄어든 외곽 노선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세금을 투입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춘천녹색시민협동조합’이 버스회사를 인수하여 시민을 위해 운영하겠다며 나섰고, 춘천시와도 협의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에서 버스회사 측의 회생계획 인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며, 10월 19일 이전까지 시와 협동조합은 여러 의혹에 대한 답변은 물론 향후 계획에 대해 명확한 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밀실협약’, ‘특혜의혹’ 등의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10월 19일 법원에서 회생계획을 인가하면서 마침내 협동조합이 버스회사를 인수하게 되었는데, 시민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이 문제 많던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시내버스 운영이 정상화 되는 것 아니냐 싶겠지만 이는 막연한 기대일 뿐, 현실과는 다르다. 시내버스 운영 정상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더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인가된 계획에는 회사매각은 물론이고 적자노선분리와 운행감회 역시 포함되어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은 시가 마련해야 하는 것이고, 제대로 된 해결방안이 없다면 시의 재정 부담과 읍면지역 주민의 교통 불편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협동조합이 버스회사를 인수한 것은 사업자가 바뀐 것일 뿐, 산적한 문제들이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과 같은 시내버스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가 반드시 관리·감독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대동·대한운수 시절에도 시는 시민의 혈세로 연간 60억 원에 이르는 재정지원을 하면서도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못했다. 이는 시가 과거 버스회사의 법정관리와 노조파업사태는 물론, 시민의 교통 불편과 재정낭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사업자에게 재정지원을 하면서 관리·감독 권한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준공영제의 기본 틀이다. 시는 준공영제를 하겠다면서 이 부분에 대한 협의를 어떻게 진행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는데, 이는 논란을 자초하는 일이다.

춘천 시내버스운영 파행사태의 핵심에는 ‘신뢰’의 문제가 있었다. 과거 대동·대한운수가 파산지경에 이를 때까지 운영은 방만했고 불투명했다. 버스 노동자들은 왜 회사가 망가졌는지 알지도 못한 채, 삶의 터전이 무너질까 가슴 졸여야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은 단순한 교통 불편을 넘어 생활불편까지 감수해야했다. 시는 부족한 버스운행을 메꾸기 위해 또다시 세금을 투입해야했다. 시가 제도적으로 관리·감독을 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버스회사의 운영과 관련하여 사측은 물론 노동자들과 함께 대화했더라면 분명 막을 수 있었을 일이었다.

자, 또다시 같은 실수를 그대로 반복할 것인가? 이제 우리 모두가 함께 질문해야 할 때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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