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욱 (둥둥아일랜드 대표)
최진욱 (둥둥아일랜드 대표)

이미 우리들에게 익숙해진 외래종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배스와 블루길이며 황소개구리 등이다. 이제 이들 외래종이 ‘어떻게, 왜 우리의 생태계에 유입되었을까’라는 걸 묻고 따지는 것은 소모적인 논의에 불과하다.

일전에 나는 아프리카 동쪽 마다가스카르 섬 인근의 모리셔스 섬에 살았던 도도새의 사례를 소개하며 인위적인 생태계 변화가 가져온 다른 종의 멸종을 설명한 바 있다. 이와 동일선상의 개념으로 현재 우리는 새로운 종의 생태계 반입이 가져오는 위험성을 심각하게 바라보며 인위적으로 이 현상을 제거하려 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것이 올바른 결정일까?

분명히 생태계에 반입된 3가지 종은 질서를 교란시키는 골칫거리다. 배스는 몸에 비해 입이 상당히 커서 큰입우럭이라고도 하고, 블루길은 파랑볼우럭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월남붕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하다. 여기에 식용으로 수입되었던 황소개구리 등은 우리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대표적인 외래종이다.

사람들의 식용으로 도입되었던 이들이 원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우리나라의 생태계에 방치되면서 우리의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종이 되어버렸다. 기존의 생태계가 어느 날 갑자기 반입된 새로운 종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사이에 천적 관계가 뒤바뀌면서 외래종의 개체수가 급속도로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생태계는 무방비 상태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정도의 자정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무지막지한 크기의 황소개구리는 1990년대에 토종생태계를 위협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빠르게 번식해나가며 우리 생태계를 크게 흔들었다. 하지만 단백질이 풍부하고 행동이 느린 황소개구리를 가물치나 메기, 족제비나 너구리, 백로 등이 먹이로 인식하고 잡아먹기 시작하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되었는데 이른바 토종생태계의 반격이 일어난 것이다.

이제는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대표적인 외래 어종인 배스는 육식성 어종이다. 이는 1973년 주요 양식원으로 도입된 지 오래이나 현재 마땅한 천적이 없고 번식력이 뛰어나 토종어종을 위협하고 있다. 배스가 문제가 된 직접적인 원인은 배스의 상위 포식자인 가물치와 쏘가리 등은 강의 하류에 주로 서식하는 반면 배스는 상류에 서식한다는 점 때문에 천적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서식지의 차이에 의해 가물치와 쏘가리에 비해 다소 열등한 위치에 있는 배스가 토종어종과 경쟁을 하지 않고 포식자로서 개체수를 늘려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가물치와 쏘가리는 생태계의 경쟁에서 배스의 상위 포식자에 위치하고 있지만 회감이나 매운탕감으로 선호되어 인간에 의해 많은 양의 개체가 없어지고 있는 반면, 배스를 잡는 루어낚시인들은 ‘캐치 앤 릴리스, catch and release’를 이유로 손맛만 보고 놓아주고 있기 때문에 개체수의 감소에 확연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생태계의 자정 능력을 인간의 개입으로 변화시키면서 우리는 생태계의 불균형을 걱정하는 자가당착을 범하고 있다.

배스와 블루길은 외래어종이지만 이제 우리의 생태계에 이미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외래어종을 우리는 단순하게 퇴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미 인간이 훼손한 자연을 또다시 인간이 개입하여 또 다른 실수를 범하기보다는 자연 생태계 스스로가 주는 자정작용을 기대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무조건적인 퇴치운동보다는 원래 도입목적에 맞게 식용어종으로 개발을 하고 더 나아가 배스와 블루길을 잡는 스포츠 낚시를 장려하고 수상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인위성이 들어가 있는 무조건적인 퇴치가 아니라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무엇이 생태계를 위해 필요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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