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덕 (춘천시민연대 정책위원장)
권오덕 (춘천시민연대 정책위원장)

나의 주장은 언제나 정의로운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이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중앙로터리에서 보름 동안 매일 2시간

 

씩 1인시위를 한 적이 있었다. 슬픔에서 시작된 분노의 외침이었다. 그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며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정의(正義)라고 믿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국민의 생명을 구하지 못한 권력과 다른 점이 뭘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한 우리 사회의 부끄러움과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했다.

정의(正義)라는 단어를 이루는 옳을 ‘의(義)’는 ‘양(羊)’과 나를 의미하는 ‘아(我)’, 두 글자가 합쳐진 것이다. 양은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바치던 제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는 하늘에 제를 올리는 의식을 치르면서 하늘과 내가 일치되는 경건한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인간의 보편적인 상식을 지켜내는 행위에서 내가 지켜야할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자신의 주장은 언제나 정의롭고 상대 진영 혹은 견해가 다른 집단에 대해 부정의(不正義)하다고 낙인찍는 것이 상식의 보편성을 지향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 어울리는 태도인지 의문이 든다.

그들의 주장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유치원 정국이라 불릴 만큼 사립 유치원들의 비리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교육부가 최근 5년간 실시했던 사립유치원의 비리 감사결과가 알려지고 국정감사에서 비리 사실이 적발된 유치원 1천146곳 중 95%인 1천85곳에 이르는 사립유치원들의 명단이 공개되면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국민의 세금을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반성의 기미는커녕 도리어 자영업 운운하면서 비리를 정당화 하려는 일부 사립유치원의 모습에 국민들의 분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요한 유아교육정책이 추진될 때마다 집단행동을 벌이거나 정치권 로비를 해온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우리 사회에서 이익집단이 언제 이렇게 대놓고 자신들의 칼날을 보인 적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정부와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심지어 선거때 보자고 엄포까지 놓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주장이 우리를 더욱더 절망하게 하는 것은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그 어느 대목에서도 유아교육의 한 주체인 유치원 교사와 학부모의 견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춘천의 버스 문제가 최근 집단 간의 대립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운수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의 해결책으로써 공영제를, 경영의 대안을 자처한 협동조합은 공영제를 위해서는 버스 회사의 경영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같은 지향점을 얘기하고 있는 집단이 서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에 많은 이들이 물음을 던지고 있다.

누구를 위한 공영제인가? 그리고 자신들의 주장만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두 집단의 주장 어디에서도 버스 이용자인 시민들의 의견은 들리지 않는다. 14%에 불과한 버스 이용률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의 본질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시내버스의 문제는 생태주의 관점의 새로운 대중교통 체계, 대중교통의 대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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