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구 독일대사와 함께하는 ‘생생 통일 토크 콘서트’, 지난달 27일 강원연구원
정범구 대사, “육로로 블라디보스톡 지나 유럽 횡단하는 꿈 다 같이 꾸자”

평화통일에 대한 기대와 염원 그리고 불신과 불안.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정전협정이 추진되고 있는 요즘 통일에 대한 기대감만큼 예민함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강원도는 세계 유일의 분단도이며 춘천은 그 수부도시다. 그 역할과 준비에 대해 고민하는 춘천시민들에게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룬 독일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정범구 독일대사가 춘천을 찾았다. 정 대사는 7일간의 한국방문일정 중 5일을 ‘독일포럼’에 참석하고 마지막 날 춘천을 방문해 강원연구원에서 두 시간 가량의 강의와 토론을 진행했다.

지난 27일, 강원연구원에서 정범구 대사(오른쪽)가 허소영 도의원과 함께 독일 통일과정과 남북관계, 그리고 강원도와 춘천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현섭 인턴기자
지난 27일, 강원연구원에서 정범구 대사(오른쪽)가 허소영 도의원과 함께 독일 통일과정과 남북관계, 그리고 강원도와 춘천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현섭 인턴기자

독일통일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1949년 분단독일, 서독은 55년부터 동독과 수교하는 국가(소련 제외)와는 관계를 설정하지 않겠다는 ‘할슈타인 독트린’ 정책을  펴며 반(反)동독 체제를 굳혀갔다. 그러나 1969년 사회민주당(SPD) 출신의 빌리 브란트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피해 국가인 폴란드에 사죄하며 동유럽 국가와 진정한 화해정책인 ‘동방정책(Ostpolitik)’을 편다. 동독과는 ‘서서히 접근을 통한 변화’ 라는 개념을 만들어 ‘다가가며 교류하고, 바라보며 변화하는 효과’를 기대했다. 한국에서 남남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처럼 독일도 통일저항분위가 있었다. 하지만 서서히 접근하며 변화하려는 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맥을 유지했다.

천문학적 비용에도 소통의 통로 연결

빌리 브란트가 꾸준히 접근을 통한 변화를 밀고나가며 통일이 되기까지 18년간 동독으로 지원된 금액은 576억 달러. 1972년 12월 ‘동·서독 기본조약’에 따라 서독인들의 방문이 가능해졌다. 서독국민이 동독으로 넘어가며 내는 통행세, 동독의 정치범을 사오고 동독과 연결되는 도로를 개설하는 등에 소요된 비용이다. 장벽에 가로막힌 동족으로 향하는 통로를 열고 유지하는 데 큰 비용이 들었지만 통일로 가는 시간을 앞당길 수 있었다.

통일은 나중 일, 불신제거가 우선이다

독일은 통일을 계획하지 않았다. 전범국가로서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에 점령된 독일은 통일에 대한 외교적 간섭도 한국만큼이나 많았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의 개혁조치 실패는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에도 영향을 미쳐 동독 내부에도 흔들림이 생겼고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하지만 통일은 그로부터 1년이 더 걸렸다. 통일을 반대하는 내부의 반대 목소리에 빌리 브란트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은 같이 자라기 마련이다”라는 말을 하며 성급해하지 말고 기다려보자고 주장했다.

우리에게 통일은 아직 먼 과제다. 전쟁위협이 없고 상호교류 시스템만 있어도 80% 성공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통일 후 30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독일은 동·서독국민들 사이에 편견이 존재한다. 통일비용으로 천문학적 금액을 지출했지만 실보다는 득이 많음을 누구나 인정한다. 한국은 70년간 분단됐고 소득차는 25배에 이른다. 지금 아무런 준비 없이 한반도에서 통일이 된다면 한국에는 재앙이 될 것이 틀림없다. 소득과 생활수준 차이를 줄이며 생각을 바꾸고 적대감과 불신을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대사의 강연을 들은 시민들은 독일의 실정을 부러워하기도 하며 우리의 사정과는 조금 다름을 짚어냈다. 전쟁을 겪은 한국은 그들을 향한 적대심이 가득하고 자유주의를 격어보지 못한 북한국민의 자각이 어렵다는 것들이다. 이에 정 대사는 “조금씩 나아가야 할 것 같다. 아이디어가 많은 한국 국민이 힘을 합치고 작은 것부터 해나가야 할 것 같다”며 “통일 이후 육로로 블라디보스톡을 지나 유럽을 횡단하는 꿈을 다 같이 꾸자”고 소망을 피력했다.

유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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