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

춘천시에서는 시민의 문화, 복지, 체육 생활의 증진을 위해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용료는 저렴한 데 비해 시설과 프로그램은 우수한 편이다. 시쳇말로 ‘가성비’가 만족스럽다. 춘천시향에서 연주하는 ‘베토벤 전곡 연주회’, 거의 일 년 내내 주말이면 마감을 찍는 ‘꿈자람’ 어린이 놀이시설, 봄이면 마임, 가을이면 인형극제 그리고 스케이트는 물론 최근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승마를 이용할 수 있는 송암동 체육시설까지 다채롭다.

하지만 이들 시설 중에서 내게 가장 만족스런 ‘최고의 시민 중심 편의 시설’을 뽑으라면 나는 단연코 “춘천시립 도서관”을 고를 것이다.

춘천시립도서관은 새로 문을 열 때부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1층에는 장난감 도서관과 어린이 도서관을 전면에 배치했고, 전 층이 하나로 이어지는 세련된 동선(動線)과 어디서나 자유롭고 격조 있게 열람할 수 있는 사용자 중심시설은 그 자체로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예전과 비교해서 눈에 띄게 달라진 장점은 다양하고 세련된 프로그램 운영이다. 하드웨어가 바뀌면서 소프트웨어는 더욱 풍부해졌다. 예전 삼천동에 있을 때는 접근성도 불편했고 마음을 끌 만한 콘텐츠도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시험 준비를 하는 이들 외에는 제 발로 찾아가기 힘든 시설이었다. 특히 시간나면 아이들과 여가를 보낸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은 주말이나 저녁에 시간이 나면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곳에 가면’ 되기 때문이다!

매주 목요일에는 또 그렇고 그런 강좌가 아닌, 술자리의 유혹을 떨치게 하는 격조 높은 인문학 강좌가 기다리고 있다. 임건순의 ‘노자병법’ 철학 강의가, 내 마음을 치료하는 ‘내면 아이’를 다룬 심리학 강좌가 기다리고 있다(기획사서의 안목에 존의를 표한다). 또한 주말이면 도서관에서는 발도로프 인형극을 포함한 다양한 연극과 뮤지컬을 공연하고, 문학 작품을 배경으로 한 주제가 있는 영화가 친절하게 기다리고 있다. 이번 달에 진행하는 ‘불멸의 이순신’ 작가 김탁환과의 만남은 벌써부터 설렌다. 세어 보니 한 달에 규모 있는 상시 행사만 십여 차례 한다. 이 모든 것이 공짜(!)다

다 같은 국민의 세금을 받는 공무원일 텐데, 이 기관 구성원들의 열정과 안목이 놀랍기만 하다. 한데 이들의 진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 듯하다.

최근에 와서 <희망도서 바로 대출> 이라는 새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시립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자신이 꼭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월에 2권씩 동네 책방에서 무료로 책을 구해 읽을 수 있게 해준다. 꼭 필요한 책을 찾는 이용자- 날로 어려운 골목 책방- 다가가는 시민중심 공공행정의 만남. 이 서비스를 보면서 나는 무릎을 쳤다!

또한 이외에도 전국 어디를 가나 춘천 소재 도서관 회원이면 연계 도서관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책 이음’ 서비스는 행정에 대안을 고심하던 내게 새로운 기대와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춘천 시립도서관은 새로 개관한지 일 년도 되지 않았지만 그런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8월 독서문화진흥 유공기관으로 선정되어 독서문화상 중 공공기관으로서는 유일하게 가장 큰 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시민이 주인이 되는 행정’은 화려한 구호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각에도 묵묵히 열정과 헌신으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춘천시립도서관>은 시민의 정부가 나가야 할 또 다른 미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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