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경 (함께하는교회 담임목사)
김호경 (함께하는교회 담임목사)

우리의 일상생활에 있어 호칭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아무개라고 불리는 이름은 사람을 다른 사람과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는가 하면 언니, 오빠, 동생과 같은 이름은 가족의 관계를 규정하기 위한 호칭이며, 반면에 선생님, 학생과 같은 호칭은 사회적인 지위와 역할을 나타내는 호칭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우리가 쓰는 호칭 중에는 당사자가 불리고 싶지 않은 호칭이 있고 불리고 싶은 호칭이 있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호칭은 듣는 이로 하여금 이해와 존중과 친밀감을 주지만 그렇지 않고 잘못 사용할 경우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차별과 편견을 불러일으켜 인간관계를 해치기도 한다.

추석연휴 즈음 매스컴에서도 지적했듯 아내와 시댁과의 관계 속에서 사용되는 호칭은 이슈를 넘어 문제가 되고 있다. 남편의 동생을 도련님 또는 아가씨라 부르는데 그것이 과연 타당한지, 호칭을 부름에 있어 불평등과 차별이 들어있다는 문제 제기로 보인다.

이러한 호칭의 문제제기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우리사회가 성숙해질수록 문제가 되는  호칭들은 좀 더 순화된 호칭으로 바꾸어 사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결손가정을 한부모 가정으로, 고아를 소년소녀가장으로, 걸인을 노숙자로, 등대지기를 항로표지관리원으로, 장애자를 장애인으로, 정신지체를 발달장애로, 벙어리를 농아로, 장님이나 소경을 맹인 또는 시각장애인으로…….

이렇게 바꿔 사용하게 된 데에는 편견과 차별, 비하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호칭을 좀더  순화시켜 사용하려는 노력이라고 여겨진다. 순화된 표현이 어느 정도 정착된 지금 만약 시각장애인이 누군가로부터 장님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아마 심한 모멸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청각장애인에게 벙어리라고, 지체장애인을 절름발이라고 부른다면 그 또한 그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아마도 우리사회가 그동안 그 호칭을 부정적 의미로 사용했기 때문에 생겨난 사회적 산물임에 분명하다.

시각 장애를 갖고 있는 나는 어떤 때에는 시각장애인이라고 불리기보다는 시력이 약한 사람 또는 시력이 떨어져 불편함이 있는 사람이라고 불리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지체장애인은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라고 부르고……. 이렇게 호칭을 바꾸어 사용하게 되면 호칭 속에 감추어졌던 인격이 되살아날 것만 같다.

그런데 어찌하랴. 호칭은 단순 명료해야하는 것을. 나는 인격과 개성이 담겨있는 나의 이름 석 자 김호경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편견과 신분과 차별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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