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환경사업소를 수탁 운영하고 있는 한라산업개발(주)이 시민대책위의 행보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하면서 널리 알려진 춘천시 공무원의 시청 내부전산망 글은 공무원과 시민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거리를 남긴다.

내부전산망 글은 지난달 27일 환경사업소에 근무하는 춘천시의 한 계장이 올린 것이다. “시장님, 추석연후는 잘 보내셨는지요? 저희 환경사업소 직원들은 시장님의 벼락 같은 인사조치로 연휴 내내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습니다”로 시작하는 이 글의 취지는 ‘공무원 2명에 대한 대기발령 조치는 부당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 문제의 진상을 조사한 환경사업소문제 ‘확인 및 점검·조사 전문위원회’ 인적구성의 부당성, 고용승계를 무산시킨 파업노동자의 몰합리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일견 타당한 듯 보이지만 부당한 내용이다. 우선 글의 곳곳에서 외부 전문가를 전부 민주노총 관계자인 듯 적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에서 추천한 인사들이다. 이를 접어두더라도 민주노총 관계자가 조사 전문위원회에 참여한 게 문제라면 국정감사 자리에는 여당의원이 참석하지 말아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제척여부의 판단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한 어떤 것도 문제 삼을 수 없다. 특정 배경을 가진 위원의 참여자체가 아니라 참여위원의 편파적인 행동이나 판단에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한 법적·논리적 다툼을 하면 된다. 그러나 내부행정망의 글은 제척이 되지 않았다고만 물고 늘어졌을 뿐 조사위원들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쓰지 않고 있다. 이보다는 조사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 시장을 나무라고 있을 뿐이다.

파업노동자의 몰합리성에 대한 지적은 시장이 대기발령 시킨 환경사업소장의 업무보고를 한 번도 받지 않아 시장이 사태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질책으로 시작된다. 업무보고를 받았으면 사태를 정확히 알게 되었을 터인데, 그렇지 않아 소장을 대신해 계장인 자신이 보고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보고된 내용은 그간에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서 시의 입장으로 자주 소개된 내용의 반복이었다. 여기에는 결정적 잘못이 있다. 글에서는 “위탁조건에 명시한 행정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사관계에 개입하게 되었으며 그간 양측의 갈등조정을 위해” 노력했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사례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입찰공고문에 명시한 고용관련 조건을 낙찰업체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위탁관리 계약체결을 거절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했다. 2013년의 판결이니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니다. 이 판결의 취지대로 춘천시가 행동했으면 애초에 노사갈등은 없었을 것이므로 ‘조정을 위해 노력’할 이유도 원천적으로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내부전산망 글은 이렇게 법적·논리적 측면에서도 문제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공무원이 시민을 보는 눈에 더 큰 문제가 있음을 글은 보여주고 있다. 시민의 입장에 볼 때 매우 거슬리는 다음 한 대목이 그 근거다. “시장님은 직접민주주의 실현이라는 미명하에 민주노총 관계자들로 구성된 민간인들에게 국장부터 8급직원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불려가(중략) 굴욕적인 조사를 받게 했습니다.” 공무원은 보통 시민인 민간인이 범접할 수 없는 존재라는 느낌이 물씬 들게 하는 내용이다. 평범한 시민이라 할지라도 시장이 공식적으로 임명한 위원회의 구성원이라면 공적 책무를 맡은 사람인데, 그런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는 권위의식이 묻어난다고 느끼는 것은 민간인의 피해망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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