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결코 여성의 의무가 아니다. 러네이 엥겔른의 책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를 읽고 난 후 들었던 나의 생각이다.

이 책은 ‘여성들의 외모강박’을 주된 내용을 담고 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아름답고 예쁠 것’을 강요당해왔으며 미디어가 던지는 ‘여성상의 이미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쉴 새 없이 노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또한 외모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결방법과 이를 인식하고 벗어나려 노력하는 여성들의 모습도 담겨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과학적 연구 사례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여성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풀어냈다.

작가 러네이 엥겔른 교수는 심리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여성 심리학과 젠더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2013년 TED 강연에서 ‘유행성 외모강박증’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해서 큰 화제를 모았다. 또한 그녀는 ‘바디 앤드 미디어’라는 연구팀을 이끌며 여성의 외모강박을 부추기는 현 문화 행태와 극복 방안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이 책에 대해 한 미국 페미니즘 잡지에서는 “신체 이미지의 흐름을 주도해온 주동 세력을 날려버릴 책”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페미니즘이 대두되면서 ‘탈코르셋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런 면에서도 이 책은 꼭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또한 내가 얼마나 외모강박에 시달리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거울을 보면서 내 얼굴과 몸에 있는 단점들을 찾아내기 바빴고, 단점을 가리기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했다. 과연 내가 정말 좋아서 화장을 하고 다이어트를 한 것인지 생각해봤을 때, 답은 ‘아니’였다. 물론 힘들겠지만, 계속해서 여성을 대상화하려는 미디어를 멀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외모를 관리하는데 투자했던 그 시간과 비용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보기로 했다.

이 책의 단점은 예시나 인터뷰들이 동양의 문화보다는 서양의 문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디어 관련이나 심리학적인 측면을 설명할 때 쓰인 관련 용어들이 어려운 편에 속하는데, 그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이 책에 대한 나의 평점은 5점 만점에 4.8점이다.

하선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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