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운드 키친’ 창업자 김재호 대표

김재호 대표
김재호 대표

서울 이태원에 가면 ‘마이’로 시작하는 음식점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연예인 홍석천 씨가 운영하는 가게들이다. 홍씨는 2000년대 초·중반, 어둡고 침침했던 이태원 뒷골목에 연이어 식당을 개업하면서 일대의 분위기를 세련되고 멋스럽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낡고 허름했던 당시의 환경을 헐거나 없애지 않고 오히려 배경으로 이용하면서, 지금의 감각적인 이태원 거리를 조성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이태원 골목은 여전히 개성 있는 펍과 레스토랑으로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비슷하지만 다른 사례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강남구 논현동 먹자골목에 있는 일명 ‘백종원거리’다. 지금은 방송인으로 더 유명해진 백종원 씨가 자신의 점포를 논현동 먹자골목 일대에 집중하면서, 이곳은 백종원 씨 본인의 이름을 딴 골목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백씨는 비교적 저렴하고 맛은 평균 이상인 장점을 내세워 논현동 먹자골목 일대를 평정했다.

같은 창업자가 일정지역에 여러 개의 점포를 내고 운영하는 사례는 춘천에도 있다. 바로 ‘어라운드’로 시작하는, 일명 어라운드 시리즈가 그 예다. 2014년 2월 만천리에 이탈리안 레스토랑 어라운드 키친 1호점을 내고, 3개월 후 사농동에 어라운드 키친 2호점(현 어라운드 맘스)을 오픈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어라운드 마켓, 어라운드 치킨 등을 잇달아 개업하면서 춘천 일대 어라운드 시리즈를 탄생시킨 것이다. 자영업 절벽시대라고 불리는 요즘, 한 개의 매장도 운영하기 벅찬 상황에서 꾸준히 많은 점포를 내는 용기와 비전이 궁금했다. 해서 어라운드 키친의 창업자이자 춘천 일대 어라운드 시리즈의 주인공, 김재호 대표를 만났다.

‘어라운드 시리즈’의 탄생

“처음에는 친구들과 카페를 차렸습니다. 그런 다음, 어라운드 키친을 열었죠.”

김재호 대표는 팔호광장과 강원대학교 후문 사이에 ‘11시 19분’이라는 카페를 오픈하면서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직장인들이 허기를 느끼고 점심메뉴를 고르는 시간이 오전 11시 19분이라는 어느 잡지 기사에 착안해 카페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카페 창업을 위해 커피에 대해 공부하고 두 달 가까이 홍대 인근에서 노숙하며, 모든 끼니를 커피로 해결했다. 트렌디한 홍대의 멋과 분위기 그리고 커피 맛을 직접 경험하며 카페개업을 준비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카페의 성공을 발판으로 어라운드 키친을 창업하게 됐다. 프랜차이즈 외식업 근무 경험이 있던 친구와 함께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5분 안에 음식이 나갈 수 있도록 주방 시스템을 갖추고, 당시에는 보편적이지 않던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기능을 활용해, 마케팅에도 열을 올렸다고 한다. 

“아웃백에서 근무했던 친구가 빠른 조리를 위해 애를 많이 썼습니다. 폐쇄적인 주방시스템을 공개적으로 바꾸면서 오픈 주방을 꾸릴 수 있게 된 거죠. 또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손님들을 위해 2+1과 같은 음식쿠폰을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통해 제공했어요. 그렇게 2만 명이 조금 안 되는 인원이 온라인으로 연결되면서 지속적인 관계가 가능해졌습니다. 나중에는 오히려 카카오톡 본사에서 저희의 옐로우 아이디 성공 사례를 연구하기도 했어요. 지금도 어라운드 키친 매장에 온라인 쿠폰을 가지고 방문하는 분들만 하루에 40명이 됩니다.”

운도 따랐다. 2014년 2월 개업 당시, 졸업과 입학시즌에 터진 조류독감과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인해 많은 손님들이 중식당과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몰렸다. 대기시간만 한 시간이 넘었다고 하니 당시 어라운드 키친의 인기를 짐작해볼 수 있다. 많은 손님들의 호응에 자신감을 얻은 김 대표는 그해 5월 어라운드 키친 2호점을 오픈한다. 하지만 손님은 크게 불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불어난 건 직원과 그에 따른 관리문제였다. 두 개 점포에 고용한 직원만 100여 명, 한 달 급여에만 1억 원 가까이 지출했다고 한다. 보통 사업이 난항을 겪으면 고용관계에서 그 답을 찾으려는 게 가장 기본적이다. 즉, 해고를 통한 다운사이징 기법을 구사하는 것인데, 김재호 대표는 오히려 새로운 매장을 추가 오픈하면서 직원 분산과 자체 생존 활로를 열어주는 방법을 택했다. 어라운드 마켓과 어라운드 치킨이 바로 해결책의 일환이었다. 새로운 사업을 통한 이윤 창출과 직원들의 점주화를 도우며 그들 스스로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만들었다. 

“어떤 친구들은 당장 생계를 위해서, 또 어떤 친구들은 자신의 삶을 위해서 경제활동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그만두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새로운 가게를 오픈하고 일할 거리를 만들어 줬어요. 그리고 매장을 직접 운영할 점주 분들도 알아봤죠. 어라운드 키친을 매각하고 난 뒤 저희는 유통, 인력 같은 전체적 관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동안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었거든요. 그런 선택을 통해 지금 저희는 더 크고 과감한 꿈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김재호 대표와 직원들.                  사진=김재호
김재호 대표와 직원들. 사진=김재호

라이프 스타일 디자이너

어라운드와 관련한 직접 경영에서 한 발 물러난 김 대표는 수익을 낼 수 있는 매장을 오픈하고, 해당 매장을 점주에게 매각했다. 그리고 여러 개의 매장에 들어갈 재료들을 대량으로 구매해서 유통시킨다. 이때 대량 구매의 장점인 협상력을 발휘하여 식자재의 원가를 최대로 낮춘다. 동시에 음식단가가 내려가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게 된다. 결국 대량 구매의 협상력이 최종 수익의 마중물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김재호 대표는 성공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것들이 실패에 가깝다고 한다.

“밖에서는 성공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사실 저희는 계속 실패를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성공을 위한 로드맵은 확실히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춘천을 수도권의 텃밭으로 만드는 것이죠. 물론 조금 무모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모든 것들은 그런 무모한 도전에서 출발했고, 결국은 그런 변화에 동참하는 사람들의 판단을 먹고 성장하게 됐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춘천이 가진 특징, 예를 들어 로컬 푸드나 낮은 도시화 같은 것들을 통해 춘천의 라이프 스타일을 주변에 알릴 겁니다. 마치 미국 잡지 ‘*킨포크’가 제안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춘천에서 먹고, 마시고, 자는 문화를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라이프 스타일을 제가 제안할 겁니다. 청년 창업가들과 함께 말이죠.”

 김 대표는 어라운드 시리즈의 성공을 이끌었던 SNS홍보와 마케팅이 이제는 하락세에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소비자는 더 이상 이미지로만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성공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직접 구현돼야 한다고 말한다.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삶,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는 삶을 사람들이 동경하게끔, 그렇게 춘천을 디자인하고 싶다고. 그리고 머지않아 꼭 그렇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 또,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바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꾸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비롯한 청년사업가들과 농가, 주부들과 어른들까지 함께 일하고 나누는 지역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도 내비쳤다.

“무조건 많은 돈을 벌기보다 모두가 함께 지속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그게 저에게도, 또 자라나는 제 아이에게도 유익한 환경이기 때문이죠.” 

자신을 라이프 스타일 디자이너라고 불러달라는 김 대표의 계획은 짜임새 있고 탄탄했다. 춘천에서의 삶이 주변 지역의 부러움을 얻게 되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서울과 수도권 일대의 사람들이 춘천을 더 많이 찾게 될 것이라는 그의 전망이 매우 현실성 있게 들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춘천이라는 도시 자체가 주목을 받게 되면 지역의 경제권도 확대돼, 청년 실업문제의 해결책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김 대표는 내다봤다. 또, 정부의 정책기조와 로컬푸드에 대한 지자체의 입장과도 잘 맞물려, 김 대표는 자신의 목표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리고 이 모든 목표를 달성한 후 김 대표는 4살짜리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함께 세계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한다. 춘천의 미래 라이프 스타일 디자이너 김재호 대표를 응원한다. 

*킨포크(KINFOLK) |  2011년 미국 포틀랜드에서 창간한 잡지로 소박하지만 감각적인 느낌을 살려 농촌과 자연에서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준다. TV프로그램 ‘효리네 민박’도 킨포크 라이프를 주제로 하고 있다.

배정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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