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동안 도내 123개교 초·중·고생 2만여 명 관람
“순수한 스포츠 정치에 이용” vs “스포츠 교류 통해 평화·화합의 발판 마련”

지난 2일 막을 내린 아리스포츠컵 국제 유소년(U-15) 축구대회와 관련 장외논쟁이 한창이다.

도 대표팀과 북측 4·25 체육팀의 경기로 치러진 지난달 29일 A조 개막전에는 도내 69개교 중·고교생들이 관람했다. 추운 날씨에도 경기가 열린 송암스포츠타운 주차장은 학생들이 타고 온 버스 300여대로 가득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경기가 진행된 5일 동안 제5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를 관람한 초·중·고교생은 모두 2만913명이었다. 교직원 1천811명을 포함하면 모두 2만2천724명이다.

지난 29일 대회 개막식과 개막경기에 동원된 초등학생들이 경기를 응원하며 한반도기를 흔들고 있다.  유은숙 기자
지난 29일 대회 개막식과 개막경기에 동원된 초등학생들이 경기를 응원하며 한반도기를 흔들고 있다. 유은숙 기자

이에 대해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청소년들에게 집단응원이 강요됐다”는 것. 춘천 A고 학부모 장미경 씨는 “개개인의 자율성과 의지가 아닌 어른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자리”라며 크게 반발했다. 장씨는 “학교에서 부모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다른 선택지도 제공하지 않고 강행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아이들이 스포츠로 위장된 정치에 이용된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날 춘천시내 중·고교뿐 아니라 인근 지역인 화천·양구 등의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단체관람이 진행됐다. 자신을 양구 B고에 재학생이라고 소개한 포털 사이트 뉴스 게시판 이용자는 “춘천에서 열린 15세 이하 경기에 양구에 사는 우리까지 버스를 타고 경기를 보러 가게 했다”며 “이벤트성 경기를 위해 다른 지역까지 억지로 보냈다. 경기를 관람하지 않으면 무단결석 처리를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A고 관계자는 “평생에 보기 힘든 남북경기로 아이들에게 좋은 현장학습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기획했다”며 “경기일정이 촉박해 학부모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못한 것은 죄송하지만 모두에게 의미가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관계자 역시 “다른 대회와 마찬가지로 춘천에서 진행되는 행사의 일환으로 각급 학교에 전달만 했을 뿐”이라며 논란에 답했다. 도내 학교에 대회를 안내했을 뿐 학생동원을 유도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라운드에서 불거진 논란은 도 지역 정치권 대립으로 번지기도 했다. 한국당 강원도당은 지난달 29일 성명을 내고 “유신시대 군사정권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이어 “순수한 스포츠가 정치에 이용되고 있다”며 “도대체 누가 평화와 남북협력을 이유로 집단응원을 청소년들에게 강요할 수 있느냐. 최문순 지사와 민병희 교육감은 도민에게 설명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가 열렸던 송암스포츠타운을 평양 5·1 경기장에 빗대기도 했다.

여당은 즉각 반박했다. 민주당 강원도당은 “스포츠 교류를 통해 평화와 화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강원도의 소중한 문화자산”이라며 “평화와 현 정부의 대북정책 등에 강원도민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반증도 된다”고 주장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아리스포츠컵이 정치색을 띠지 않는다는 원칙에 모순된다는 질문에 즉각 답했다. 그는 도 대표팀과 북측 4·25체육팀의 경기 당일 경기장 미디어센터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질문을 받자 “아리스포츠컵이 정치적인 행사는 아니지만 정치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며 “수뇌부끼리 교류는 많지만 실제 국민이 느끼기에 평화가 온다라는 느낌은 적다. 그런 의미에서 노력하는 것으로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송태화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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