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익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전략사업본부장)
이강익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전략사업본부장)

춘천시장은 춘천시를 세계 제일의 협동조합 도시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사회적경제인으로서 나는 춘천시의 협동조합 도시 비전에 대해 지지한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협동조합 도시 비전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진다. 춘천시가 제시하는 협동조합 도시의 개념은 무엇인가? 춘천시는 왜 협동조합 도시를 비전으로 내세웠는가? 춘천시가 협동조합 도시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한 목표, 방향, 수단을 제대로 잡고 있는가? 내가 이런 물음을 던지는 것은 단순히 시 행정을 비판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춘천시가 내놓은 좋은 비전에 대해 춘천시, 사회적경제인, 시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그 내용을 채워나가길 기대한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춘천시가 내놓은 ‘협동조합 도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춘천시가 ‘협동조합’이라는 표현을 쓸 때 단순한 조직형태로서의 협동조합이라는 의미를 사용하기보다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이 만들어가는 경제활동을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협동조합 도시라는 표현보다는 사회적경제 도시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그렇다면 사회적경제 도시란 무엇인가?

먼저, 사회적경제 도시란 “사회적경제조직이 만들어 낸 고용이나 부가가치가 일정 규모 이상을 점하는 도시”다. 

일정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취업자 대비 사회적경제 유급고용인원을 보면, 유럽연합(EU) 국가들은 평균 6.5%, 일본은 10.3%, 우리나라는 0.82%다. 해외의 대표적인 사회적경제 도시의 사회적경제 고용수준은 10~30% 수준이다. 현재 춘천의 신생사회적경제기업, 생협, 자활, 시니어클럽 등의 상용직 종사자는 약 700명이며, 춘천시 전체 상용직 종사자(7만1천명) 대비 1% 수준이다.

둘째, 사회적경제 도시란 “사회적경제조직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잘 조성되어 있는 도시”다. 즉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고, 이 조직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 중간지원조직, 민관협력체계가 잘 만들어져 있는 도시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몬드라곤은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연합회로 강력하게 조직되어 있고, 이 연합회가 컨설팅, 금융지원, 판로개척, 보험 등의 종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캐나다의 퀘벡은 민간과 행정이 협력하여 사회적경제조직이 성장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경제 도시란 “사회적경제의 운영원리가 시 행정과 지역주민의 삶에 잘 뿌리 내리고 있는 도시”다. 

사회적경제의 핵심은 개인의 사적인 이익만을 경쟁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호혜, 연대, 협동의 정신을 바탕으로 다수의 이익을 추구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배려하는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면, 사회적경제 도시란 사회적경제조직이 일정 수준의 고용규모를 가지고 있고, 사회적경제조직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고, 사회적경제의 운영원리가 지역사회에 튼튼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도시다. 

사회적경제 도시로 가는 길은 멀다. 하지만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하지 않는가? 춘천시가 사회적경제인 및 시민과 함께하는 멋진 행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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