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로타리 청소년연합 강원지사
김종학 대표

한국로타리 청소년연합 강원지사 김종학(59) 대표는 후평동에서 ‘한울스튜디오’를 운영하며 30년 동안 남춘천로타리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한국로타리 청소년연합 강원지사 김종학 대표
한국로타리 청소년연합 강원지사 김종학 대표

청년이었던 김 대표는 강산이 세 번 바뀌기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그 사이 머리도 희끗희끗해졌다.  조금은 느긋해지고 싶은 나이에 접어들었으련만 청소년들을 위한 봉사만큼은 욕심도 많고 하고픈 일도 많다.

그는 인제군 신남에서 나고 자랐다. 부모님은 쌀가게를 운영한 덕에 시골이었지만 나름 유복한 막내 도련님이었다. 장날이 되면 그의 집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산골에서 농사짓는 어른들은 농산물을 이고 지고 우리집으로 다 모였어요. 콩이며 팥, 온갖 잡곡들을 싸전에 팔아 생필품을 사고 고등어라도 한 손 들고 돌아가요. 장을 보는 동안 어른들이 데리고 나온 아이들은 우리 집에 맡겨졌어요. 그 아이들과 마당에서 온 종일 놀았죠. 중학교에 올라가니 장에서 만나 놀았던 아이들을 학교에서 다시 만났어요. 자취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어린 손으로 밥을 지어 먹고 사는 일이 참 딱했어요. 그때의 측은지심이 늘 가슴 한구석에 있었어요.”

부러울 게 없었던 어린 시절이었지만 11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홍천에 있는 아버지 같은 형 집에서 홍천농업고등학교를 다녔다. 딸린 식구가 많은 형도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았다. 형에게 짐이 되기 싫었던 그는 독립하기로 결심했다.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춘천에서 가장 큰 사진현상소에 취직을 했고 그렇게 사진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직원이 100여명이 되는 제법 큰 회사였다. 하늘이 반을 짓는다는 농사일에 비하면 사진현상 영업은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었다. 군 입대하기 전날까지 일을 하고 제대한 바로 다음날 일을 시작했다. 20대 후반에 문을 연 스튜디오에서 그는 하루도 편히 쉰 적이 없다. 결혼식, 회갑, 돌잔치 등의 상업사진을 찍는 그에게 공휴일은 없었다. 학교의 앨범사진을 제작하는 일을 하며 산간벽지 학교에 봉사를 시작했다.

“32년 동안 한자리에서 ‘한울 스튜디오’를 운영했어요. 화천, 영월, 양구, 인제 등 졸업생 수가 너무 적어 앨범제작이 어려운 학교들을 대상으로 20년째 봉사를 하고 있어요. 10년 동안이나 학교 앨범을 못 만드는 학교도 있었어요.”

개인 스튜디오를 열고 갓 서른이 되었을 무렵부터 로타리클럽에 가입하며 그의 봉사는 일상이 되었다. 특히 어린시절 장에서 만난 아이들과 산간벽지 아이들은 그가 ‘로타리’에서 청소년 클럽에 애정을 쏟은 원천이었다. 15년 전 강원도 내 84개 로타리클럽에서 각각 운영하던 청소년 활동을 연합하고 조직하는 데 그의 역할이 컸다.

‘로타리’라는 이름은 초창기 회원들이 각자의 사무실에서 돌아가며 모임을 가진 데에서 비롯된 것인데 각 지역의 다양한 직업인들이 모여 우정을 다지고 인류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찾아 봉사하는 국제단체다. 세계 3만5천여 개의 클럽을 통해 크게 6대 과제인 평화증진, 질병퇴치, 깨끗한 물 공급 및 위생 개선, 모자보건 향상, 교육지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금을 만들고 봉사한다.

로타리의 청소년 클럽으로는 인터렉트와 로타렉트 클럽이 있다. 12~18세의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인터랙트 클럽은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봉사와 세계 문화 탐방을 통해 세계의 친구를 사귀고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활동을 한다. 로타랙트는 18~30세의 젊은이들을 잇는 클럽으로, 클럽의 구성과 운영 방식을 스스로 결정하며 기금도 직접 관리한다. 봉사 프로젝트도 자체적으로 계획, 실행하며 로타리클럽의 선배 전문가들과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리더십과 전문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인터렉트와 로타렉트 회원은 라일라 회원이 될 수 있는데 ‘로타리 청소년 리더십 어워즈’의 약자인 ‘라일라(RYLA)’는 로타리 클럽과 각 지구가 주최하는 리더십 집중연수 프로그램이다. 라일라 행사는 로타리클럽과 각 지구에서 14~30세 청소년과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실시한다. 형식은 지역사회의 필요에 따라 1일 세미나, 3일 수련회, 1주일 캠프 등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3~10일 일정으로 개최한다. 다양한 주제의 프레젠테이션, 워크숍, 기타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개발 수련회에서 대학생들을 위한 문제해결전략 워크숍, 젊은 직장인들을 위한 직업윤리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되기도 한다.

“당시는 북핵문제와 사드 때문에 한반도에 긴장이 높아지고 국내 정치상황도 불안했어요. 철원 노동당사에서 월정리역과 화천을 거쳐 양구를 지나 화진포를 거쳐 통일전망대 DMZ 구간에서 300명 아이들과 로타리 회원 300여명이 자전거를 타고 통일을 염원하며 평화의 구호를 외치니 가슴이 벅차 올랐어요. 특히, 휴전선 접경지역 아이들은 버스가 다니질 않아 활동에 제약이 많아요. 그래서 문화혜택도 못 누리지요. 올해는 소원을 풀었어요.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보급해준 일이 얼마나 뿌듯했던지요. IMF 경제위기를 겪은 후 회갑이나 돌잔치도 줄고 디지털시대로 접어들며 디지털카메라 때문에 사업이 어려워졌지만 멈출 수 없었어요.”

2017년 DMZ자전거평화행진에서 동분서주하는 김종학 씨. 사진=김종학
2017년 DMZ자전거평화행진에서 동분서주하는 김종학 씨. 사진=김종학

이뿐이 아니다. 그는 매년 청소년클럽의 해외문화탐방과 봉사활동 기회를 늘리려고 계획하고 있다. 단 한 번만 해외 봉사를 다녀와도 아이들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다고 한다. 작년에는 중고생들과 캄보디아를, 올해는 대학생들과 베트남을 다녀왔다.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거의 모든 경비는 로타리클럽에서 지원이 된다고 보면 됩니다. 여비의 문제가 아니라 여정에서 문제에 부딪히면 스스로 방법을 찾고 협력해서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깁니다. 어려운 나라의 아이들을 돕고 문화탐방을 하며 시야가 넓어지니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깨닫고 자신의 진로에 진지한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저희는 장학기금도 많아요. 아이들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고 문을 두드리면 좋겠어요. 저희는 도울 준비가 되어 있어요.”

마지막으로 그가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가서 북한 아이들에게 그 자전거를 선물로 주고, 남북한 아이들이 함께 나무를 심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올해 남북한 정상이 만나고 급물살을 탄 평화무드에서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30년간의 봉사은 아내와 두 아들의 배려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미안함과 고마움을 넌지시 표현했다. 쉼 없이 달려온 봉사인생이었다. 인터뷰도 처음이라며 쑥스러워했던 그의 따뜻한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김예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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