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무용하는가 ⑧] 무용과 여성
[나는 왜 무용하는가 ⑧] 무용과 여성
  • 이정배 (문화비평가)
  • 승인 2018.11.16 01: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정배 (문화비평가)
이정배 (문화비평가)

무용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여성 이미지가 떠오른다. 여성 무용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Line)을 강조하는 무용에 신체적으로 곡선에 가까운 여성들이 여성들에게 적합하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남성 무용수의 역할은 여성 무용수를 들어 올려 여성의 선이 더욱 드러나게 하는 일로 한정되어 있다는 편견이 있을 정도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나로선 무용스승에게 무용에서 여성과 남성의 구분이 있는지, 여성 무용기법과 남성 무용기법이 따로 존재하는지에 대해 조밀하게 물어보았다. 직선적이고 강한 동작은 남성 무용이고, 부드럽고 곡선적인 동작은 여성 무용이라는 편견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참에 편견을 깨고 무용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가져볼 심산으로 질문을 던졌다.

유연하고 선이 고운 나의 무용스승은 일단 남성과 여성의 무용기법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로 설명을 시작했다. 덧붙여 무용의 세부 장르적 특성 때문에 어떤 무용은 주로 남성무용수가 또는 어떤 무용은 여성무용수들이 담당할 뿐이라고 했다. 더욱이 현대무용에서는 남성과 여성 무용수의 구분이 더 이상 없다고 강조했다.

돌아보건대 고전 발레에서 여성 무용수는 선(Line)을 강조하고 무중력 상태의 도약(Lift), 연장(Extension), 공기 같은 존재(Ethereal Presence)로 표현해야 했다. 이것은 실제 여성의 모습이 아니다. 조여지고 세워져서 만들어진 환영과 같은 존재다. 여성 무용수는 존재하지 않는 모습으로 만들어져 무대 위에 세워진다. 따라서 여성은 수동적 존재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대무용은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다. 무엇보다 현대무용의 안무가나 무용가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큰 변화를 맞는다. 남성 안무가에서 여성 안무가로 바뀌면서 여성의 존재를 실제로 나타내기 시작했는데, 억지로 아름답게 만들어진 왜곡된 신체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회적 모순에 맞서는 당당한 여성의 신체를 확립하기 시작한다.

현대무용에서는 여성에게도 각진 움직임이 등장했고 골반의 움직임이 시도되었다. 신체의 부분을 강조하거나 신체와 대지와의 관계를 강조하기에 이른다. 동시에 이것은 여성 무용수가 움직임을 표현할 때 신체의 선을 강조하거나 중력을 거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적인 역할에 그쳤던 남성 무용수의 역할이 독립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대무용에서 무용에 있어 남성무용수 역할과 여성무용수 역할이라는 구분이 불필요해졌다. 대신에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움직임을 통해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 하는 것에 초점을 두게 되었다. 이것은 만들어진 신체로 전형적인 동작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실제의 신체 움직임으로 내면의 감정과 사고를 개성 있게 표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풍물 굿판에서 여성이 쇠를 잡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우리 전통 춤에서 남녀의 역할구분이 사라지고 있다는 걸 뜻한다. 무용에서 여성의 신체와 남성의 신체가 더 이상 구분되지 않는다. 사고하는 것과 표현기법에 있어서도 남녀차이가 없다. 무용수 개개인의 삶에 대한 통찰의 깊이와 신체를 통한 표현의 방식 차이만이 존재할 따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