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생활을 받아 적는 것”

 

신북읍 ‘빨강우체통’ 주인장 류기택 시인은 아침이나 저녁 하루 자신이 즐긴 ‘단상소묘’를 SNS에 공유하며 독자들과 공감한다. 시를 쓰고 책을 내고 시인으로서 활동을 하면서도 “겸손이 결핍되면 귀신도 모르게 당한다”며 농담을 건넨다.

신북 ‘빨강우체통’에서 만난 류기택 시인은 ‘생활을 받아적는다’고 말한다.
신북 ‘빨강우체통’에서 만난 류기택 시인은 ‘생활을 받아적는다’고 말한다.

“시라는 것. 그것은 시인에게 생활을 받아 적는다는 것이다.”

류 시인의 소재는 주변에서 나온다. 같은 환경과 풍경도 낯설게 보는 색다른 시선이 있기에 가능하다. 땅에서 하늘로, 같이 사는 사람에게서 과거의 사람들로, 방바닥에서 조차…. 주변에서 보고 겪는 것들을 자신만의 필터에 걸러내 통과한 언어들로 표현한다. 그 언어가 함축적이고 지극히 건조하지만 독자는 의미를 더하거나 숨겨놓은 의미를 찾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작가가 꿈이었죠. 20대까지 그랬어요. 그러나 글을 접고 세상일에 파묻혀 살며 실패와 시련도 많이 겪은 듯해요. 그렇게 먼 길을 돌아 40대 때부터 다시 펜을 잡았어요. 이 길이 내 길이라 돌아오지 않고 바로 왔으면 어땠을까 생각할 때도 있지만 또 돌아서 온 길이 주는 풍요도 있어요.”

좋은 문장은 수사가 필요치 않다. 그는 시를 쓰며 “같이 울거나 내가 먼저 울지 않는다”고 말한다. 무심한 듯 던진 시에서 독자는 다르고 깊음을 눈치 챈다. 화려한 장식보다는 매일 쓰는 일상의 언어에서 큰 울림을 주고받길 바란다. 아무렇지 않게 던진 작가의 말에 독자에게 큰 공명이 되는, 그러한 문장을 지향한다. 단서를 흘리면 따라온다고 해야 할까.

“시를 쓰는 매력이 의외로 탈고하는 데 있어요. 털어버리고 끝내는 과정인 것만 같은 탈고는 짧은 희열을 주고 중독성이 있어요. 이것은 끝이 아니라 독자에게 원고를 넘기는 또 다른 시작인거죠.”

류 시인은 지난해에 발간한 시집 《참 먼 말》로 강원민예총 문학협회 강원문화예술상에 선정됐다. 시상식은 다음달 1일 세종호텔에서 열린다. 환한 미소가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한 그는 내년에 또 한권의 시집을 세상에 내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유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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