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창수 著, 북인 刊

 

달의 이미지는 신비롭거나 교교하거나 또는 고독하다. 옛 사람들은 달나라에 옥토끼가 산다고 생각했다. 그 달에서 옥토끼가 떡방아를 찧는다는 설화는 풍요를 기원하는 농경문화의 소산일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달의 정서는 슬픔이고, 고독이다. 가수 김현철은 ‘달의 몰락’에서 사랑하는 여인이 좋아한 달의 몰락을 보며 청승맞게 사랑의 몰락을 노래했다. 1994년 방영된 드라마 ‘서울의 달’은 이른바 ‘달동네’에 사는 서민들의 애환을 그려내 많은 인기를 모았다.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은 “한 인간에겐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겐 위대한 도약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후 달은 더 이상 신비의 대상이 아니게 됐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기도 하고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중견작가 하창수 소설가가 올해 펴낸 《달의 연대기》 또한 그런 정서가 반영된 작품들을 모은 것이다. 1995년부터 20여 년 동안 발표했던 ‘달’과 관련이 있는 열한 개의 중단편 소설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번 작품집에 수록한 중·단편들은 모두, 하루든 한해든, ‘달에서 살다온 때’와 관련이 있다”고 밝히고, “‘젊었을 때는 자신이 가진 것들을 그러모아 달까지 다리를 만들기도 하고 지상에 왕궁이나 사원을 짓지만, 나이가 지긋해지면 오두막 한 채를 지을 뿐”이라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이 작품을 이해하는 힌트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

“순간에 그들의 몸은, 저 성스러운 시대에만 피어난다는 향기로운 풀꽃들의 숲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동산東山으로 거대한 빛을 내뿜으며 크고 밝은 달이 솟아올랐다. 크고 밝은 그 달을 향해 두 개의 그림자가 날고 있었다.”

<나는 달>의 마지막 부분이다. 두 개의 그림자가 향하고 있는 그 밝은 달은 희망일까, 절망일까?

책모임 <춘사톡톡(讀Talk)> 하창수 작가와의 대화

12월 4일(화) 저녁 7시

카페 설지(대한성공회춘천교회 내)

전흥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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