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view] “대안학교 사라지는 게 제 바람입니다”
[人터view] “대안학교 사라지는 게 제 바람입니다”
  • 배정구 시민기자
  • 승인 2018.11.20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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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학교 권경훈 교장
다름을 인정하는 교육을 하고 싶었다는 권경훈 다인학교 교장.
다름을 인정하는 교육을 하고 싶었다는 권경훈 다인학교 교장.

11월, 대한민국은 인디안 서머처럼 잠시 뜨거워진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날씨는 겨울에 다다랐지만,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의 마음은 여전히 타오른다. 매년 이맘때면 수능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줄을 잇는데, 결과에 상관없이 시험을 마무리하는 저마다의 사연은 모두 절절하다. 어른들은 대견함과 동시에 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이내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들이 쏟아진다. 획일화된 교육, 줄 세우기식 시스템은 학생의 행복은 물론 나라의 미래에도 좋지 않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내 겨울은 찾아오고, 잠시간의 여름도 막을 내린다.

기존 교육시스템을 지적하며 새로운 시도를 했던 노력은 과거부터 있었다. 영국 교육학자 A. S. 닐슨이 세운 서머힐 스쿨도 바로 기성교육에 대한 대안의 일환이었다. 닐슨은 아이들이 좀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학교 시스템을 설계했다. 1921년 런던 부근에 생긴 세계 최초의 대안학교 서머힐은 여전히 다양한 대안들을 실험하는 중이며, 각국 대안학교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여러 논의를 거쳐 1990년대에 대안학교들이 문을 열었다. 이들 학교는 공교육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한편, 사람과 자연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입시과열과 무한경쟁의 반복 속에 이들 대안학교는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또 학생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춘천시 신북읍 용산리에 있는 대안학교, ‘다인학교’를 찾아갔다.

“처음에는 일반 가정집을 공부방으로 꾸며서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러다 고마운 분들의 도움으로 지금의 시설을 갖추게 된 거죠. 학교 이름도 ‘다름을 인정한다’를 줄여서 다인학교라 지었고요.”

2010년 개교한 다인학교는 개교 초기 일반 가정집에서 수업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학부모들의 도움으로 지금과 같은 교육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됐다. 기존 학교시설에 비하면 여전히 작은 규모지만, 스무 명 남짓한 인원이 생활하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공을 찰 만한 작은 운동장도 있었고, 수다를 떨며 쉴 수 있는 다락방도 보였다. 또, 지역에 있는 공간이나 시설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학습공간을 넓혀 가고 있다.

“학교 안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하려는 생각을 바꿨습니다. 실내 암벽장이나 수영장 같은 공간은 학교 밖에서 이용하면 되는 거죠. 요즘은 거두리에 있는 실내 암벽장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그 수업을 참 좋아합니다.”

많은 대안학교들이 그렇듯 다인학교 역시 지역사회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했다. 교사 위주의 수업 방식을 지양하고,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사에 맞게 학습내용을 조절했다. 아이와 학부모, 선생님들이 함께 커리큘럼을 짜면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조금은 실험적인 방법으로 독서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아이들과 수업했죠. 잠깐씩 이루어지는 독서가 아니라 한 시간 이상 충분히 책 읽는 시간을 주고, 자기 생각을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게 수업 진행을 했습니다. 그런 수업 방식이 외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수상도 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아이들에게 예술인문, 역사인문과 같은 내용으로 수업하고 있죠.”

인문통합형 대안학교라는 기치에 맞게 다인학교는 학생들에게 독서와 토론을 권장한다. 흔히 말하는 발표-토론형 수업이다. 두 명이 짝을 이뤄 서로 공부한 것을 논쟁하는 유대인의 공부 방식 ‘하브루타’와도 유사하다. 주입-암기 방식이 아닌 이해-논쟁의 형식으로 아이들 스스로 학습해 간다.

“국·영·수로 중심의 교육은 분절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는 통합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문제해결력을 필요로 하는데, 기존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죠. 과목 간 연계와 통합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보다 유연한 사고를 하는데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토론을 통해 자기생각과 가치관을 형성하고, 올바른 판단능력을 갖게 되는 것을 권경훈 교장은 중시했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다인학교가 시도하고 있는 ‘대안’이기도 했다. 아이들이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깨닫고, 타인을 존중하며 좋은 어른으로 커가기를 권 교장은 소망한다. 그럼에도 대안학교는 모든 대안이 될 수는 없었다. 아이들의 학력인정, 대안학교에 대한 사회적 시선, 이념과 종교 편향적인 몇몇 학교의 이미지는 대안학교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였다. 보통 대안학교는 인가와 비인가로 나뉘는데, 인가로 분류된 학교는 졸업과 동시에 학력이 인정되지만, 다인학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대안학교는 비인가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학교수업과 함께 학력인정을 위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두 가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안학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우리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곧 학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들이 좋은 어른으로 성장해서 사회에 나갈 때, 대안학교에 대한 이미지는 점차 개선될 거라 생각합니다. 인가문제 역시 중요한 부분입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죠. 아이들이 졸업과 동시에 학력을 인정받게 된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공교육이 모든 문제점을 해결 할 수 있다면 저희 같은 대안학교는 필요 없을 겁니다. 그런 환경이 잘 조성돼서 오히려 대안학교가 사라지는 것도 저의 바람입니다.”

대구의 한 사립학교 미술교사였던 권경훈 교장은 재직 당시 다양한 수업방식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막혔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사가 되고 싶었지만 기존 교육시스템에서 한계를 맞이해야 했다. 평소 강원도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던 그는 교사직을 그만두고 이곳 춘천에 자리 잡게 된다.

다인학교 학생들의 중요한 수업 중 하나는 현장학습이다.사진=다인학교
다인학교 학생들의 중요한 수업 중 하나는 현장학습이다. 사진=다인학교

“왜, 강원도 하면 ‘산 좋고, 물 좋은’ 뭐 그런 이미지가 있잖아요. 저는 강원도에 대한 로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사직을 그만두고 이곳으로 왔죠. 재직시절 동료와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여러모로 고민이 많았는데, 지금은 너무 행복합니다. 저를 도와주시는 분들과 동료 선생님들에게 정말 큰 고마움을 느낍니다. 욕심이 있다면 지금 이 행복이 계속 됐으면 좋겠습니다.”

곧, 다섯 명의 졸업생을 배출할 다인학교는 내년이면 설립 10주년을 맞이한다. 기존 졸업생 두 명은, 대학에 진학해 영상과 역사를 전공하고 있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권 교장은 지금도 스스로를 의심한다고 했다.

“교육이란 게 참 무서운 것 같아요. 저 자신도 여전히 성장하는 중인데, 누군가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이 가끔 저를 겁나게 합니다. 물론 지금은 학생들과 충분히 어울리며 생활하지만 언젠가 저에게도 답답한 면이 드러날 때 그때는 학교를 더 좋은 분께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원치 않는 교사가 되고 싶진 않거든요.”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둔 권 교장은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 역시 대안학교에 입학시킬 마음이 있다고 했다. 물론 자신이 교장으로는 있는 ‘다인학교’가 아닌 다른 대안학교다. 아이의 사회성을 위해서라도 그래야 한다고. 또, 학교를 떠나게 되면 프리랜서 여행 작가가 되어 국내의 모든 곳을 가보고 싶단다. 그러나 어찌 보면 다인학교의 10년이 권 교장에게는 일종의 여행이고 모험이 아니었을까. 다인학교의 교장 선생님으로, 또 훗날 멋진 여행 작가로서 걸어갈 길에 지금 같은 행복이 함께하길 희망한다..

배정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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