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가 만성적자의 원인이었다.” 우진교통 김재수 대표이사의 말이다. 청주의 시내버스 업체인 우진교통은 노동자자주관리회사다. 2004년 171일의 장기파업을 거쳐 150억원의 빚더미 회사를 떠안았다. 그리고 1년 만에 만성적자에 허덕였던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켰다.
모두들 1년 안에 망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이 회사는 1년 만에 3천5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그리고 5년 만에 부채를 모두 상환했다. 매년 3~5%의 임금인상을 통해 이룬 성과라 더욱 값진 결과다.
아무런 경영 노하우도 없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이런 신화를 만들 수 있었을까? 2005년 노동자자주관리회사로 출범할 때 김 대표이사는 세 가지를 약속했다. 첫째, 투명경영. 둘째, 임금체불 및 삭감 배제. 셋째,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우진교통의 승승장구는 이 약속의 결과다. 그는 말한다. “노동자 흑자경영의 비법은 투명경영이었다”고. 이 회사는 매월 노동자들에게 경영설명회를 한다.
춘천의 유일한 시내버스 업체인 대동·대한운수는 어떨까? 전 경영진은 매년 수십억 원씩 적자를 보면서 공익을 위해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니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왔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이 말은 거의 사실이 아닐 것이다. 새로 대주주가 된 춘천녹색시민협동조합과 춘천시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다.
2016년과 2017년 사이 한겨울을 뜨겁게 달군 촛불의 요구는 적폐청산이었다. 그러나 촛불의 염원으로 탄생한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의 투명성이 현격히 높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CPI)는 100점 만점에 54점으로 절대 부패국가에서 겨우 벗어난 수준이다. 조사대상 180개 국 중에서 51위다. OECD 35개 회원국만 따지면 29위로 거의 꼴등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와 국제적 위상을 고려하면 너무도 초라한 성적표다.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년 전에 시행됐지만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독버섯 같은 부패는 거의 근절되지 않았다.
멀리는 ‘사자방’으로 불리는 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부터 최근의 ‘특활비’ 논란과 사립 유치원 사태까지 문제의 근원은 투명성의 부재에 있다.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는 일찍이 “부패방지는 선택이 아니라 국가생존의 문제다. 반부패(Anti-corruption)정책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굴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하기 훨씬 전인 1937년과 1952년에 각각 부패방지법 제정과 부패행위조사국 설치에 나섰다고 하니 부러울 따름이다.
서울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 10점 상승 시 1인당 GDP 성장률은 0.5%p 증가하고, 1인당 GDP 4만 달러 달성도 3년이 단축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거꾸로 말하면 투명성이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시민주권’이라는 추상적 관념보다 모든 분야에서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춘천시정부의 승패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점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