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선 (춘천영화제 조직위원장)
김혜선 (춘천영화제 조직위원장)

“재미있었나요?”

“재미로 갔나요? 의의 있는 일이라 간 거지. 재미도 있었어요. 왠지 촌스럽기도 하고 찍은 지 오래된 영화 같기도 하고 그랬어요.”

“딱 우리나라 70년대 영화 같았지요?”

“아니오. 60년대 영화. 까르르...”

북한영화를 처음 접한다는 설렘으로 준비한 상영회였다. 준비기간이 짧았던 만큼 홍보기간도 짧았다. 급하게 제작한 플래카드와 배너를 내걸어 부친 기간 또한 짧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이 많아서 내심 놀랐다. 평일 저녁시간이었지만 약 280명의 관객이 상영회를 찾아주었다. 일반인은 물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과 심지어 어린 학생들도 많았다.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을 보면서 그들이 단지 북한영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발걸음 한 것이 아니라 남북평화 모드에 동참하고 응원하는 뜻의 참여라고 생각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평가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영화였다. 한 여성 탄광노동자가 공중곡예사의 꿈을 실현해내는 과정을 담은 영화인데 시나리오와 촬영기법이 아쉬웠고 우리 배우들과 사뭇 다른 연기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연기력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연기의 의도와 설정이 우리와 다른 것에서 오는 낯설음이랄까. 박하게 평가하자면 3개국 공동제작, 미국 대륙을 순회 상영한 영화라는 스펙이 무색한 영화였다. 우리나라의 60년대 영화 같다고 한 관객의 평가가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왠지 구수하고 투박한 묘한 매력이 있었다. 동일언어를 구사하는 혈육이어서일까. 상영이 끝나고 이벤트를 진행하는 동안 유난히 화기애애한 객석의 분위기가 좋았다. 통일 1세대가 될지도 모를, 엄마 손을 잡고 함께 온 어린 아이들에게 사은품을 양보하는 일반 관객의 마음이 무엇일지 짐작돼서 또 좋았다.

좋은 영화와 의미 있는 영화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영화 메신저로서 북한영화 상영을 추진한 의도는 그간의 스포츠에만 머물렀던 남북교류가 문화예술 분야로 확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진행한 것이었지만 어떤 이에게는 다른, 그 이상의 의미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행사가 끝나고 한 중년남성이 다가왔다. 상영회장 앞에 세워둔 홍보배너 한 장을 가져가도 되냐고 정중히 물어왔다. 그는 이내 눈시울을 붉히며 아버님이 병환중이어서 모시고 오지 못했다고 말을 꺼낸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인 아버님이 이 배너를 보면 무척 좋아하실 것이라고 했다. 다음에 북한영화 상영회가 있다면 아버님을 꼭 모시고 오겠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덩달아 눈가가 뜨거워졌다. 배너가 10장이 있었다면 10장 모두 챙겨드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북한영화 상영회를 기획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터민들이 남한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강원북부하나센터에 상영회 관련공문을 보낸 것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교육생들에게 안내 문자를 돌리겠다는 담당자의 친절한 답변이 있었다. 그들 중 몇 명이 참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령층의 관객 중 많은 사람이 실향민이거나 새터민일 거라 짐작한다. 영화에 담긴 북한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찼을 그들을 생각하면 영화의 작품성을 논하는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겠다.

단 1회 상영, 더욱이 짧은 준비기간으로 인해 홍보에 주력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남는 상영회였다. 시민들에게 함의의 메시지들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었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크지만 북한영화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 상영회를 시작으로 춘천에서도 남북평화 분위기가 정착되고 문화예술 교류를 트는 물꼬가 되어 활성화, 일상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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