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소속 노조, 본회의장 점거 7시간 반 만에 철수
지난 23일 오후 5시 30분, 본회의 표결 끝에 13:7로 원안 통과

춘천시의 ‘시내버스 차고지 매입안’이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제286회 춘천시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열린 지난 23일 오전 10시. 본회의 시작에 앞서 민주노총 소속 대동·대한운수(주) 조합원들이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차고지 매입안이 담긴 ‘2018년도 제4차 수시분 공유재산관리계획안’ 상정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한 시간여 진행된 본회의장 내 농성과 실랑이로 결국 본회의가 연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23일, ‘차고지 매입안’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시의회 본회의장을 점거한 노동자들을 김은석 의원이 설득하고 있다.
지난 23일, ‘차고지 매입안’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시의회 본회의장을 점거한 노동자들을 김은석 의원이 설득하고 있다.

노조는 “노동자와 시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은 적이 있었냐. 50년 동안 노동자들은 적폐 속에 방치돼 왔다”며 “부결 20일 만에 의혹에 대한 특별한 보완사항도 없이 재상정하는 졸속처리에 대해 의회는 부끄러운 줄 알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특히 시장의 거수기 노릇이나 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다음 선거를 각오하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춘천시의회 조완형 사무국장은 “아무래도 오늘 본회의는 진행되기 어려울 것 같다”며 본회의 연기소식을 전하고, “상임위를 통과한 안건들은 임시회를 따로 정해 진행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다음 정례회로 넘어가게 될 것 같다. 자정을 넘기기 전에 노조가 불법점거를 철수하면 본회의가 진행될 여지가 있지만 오늘은 힘들 것 같다. 우리로서는 천재지변과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본회의가 연기됐지만, 노조원들은 본회의장 점거를 풀지 않고 농성을 이어갔다. “본회의장에서 철수하면 본회의가 열리게 될 것”이라며 “자동으로 산회될 때까지 자진철수는 없다. 우리를 개돼지 취급했으니, 우리를 내보내고 싶으면 개돼지처럼 끌고 나가라”고 주장했다.

이에 오후 2시 이재수 춘천시장과 시 관계자, 춘천녹색시민협동조합 허태수 이사장, 대동·대한운수(주) 김건식 법정관리인 등이 노조와 긴급회동을 갖고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노조설득에 나서 한 시간 만에 합의에 이르렀다. 그러나 노조 내부의 동의가 남아 있었다. 격론과 고성이 오고가는 상황에서 대한·대동운수의 두 노조 지회장들이 일부 조합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본회의장 철수를 결정했다. 오후 4시가 넘어선 시점이었다. 이로써 본회의를 연 지 7시간 반 만인 오후 5시 30분 본회의가 개회됐다.

극적으로 열린 본회의에서는 상정된 ‘2018년도 제4차 수시분 공유재산관리계획안’뿐만 아니라 김진호 의원 외 6명이 발의한 ‘춘천시 시민복지를 위한 공영시내버스 연구대책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 ‘춘천시 시민복지를 위한 공영시내버스 연구대책 특별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등 13개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두 안건은 표결 결과 찬성 7표로 과반수에 미치지 못해 결국 부결됐다.

마지막으로 심의된 차고지 매입을 담은 ‘2018년도 제4차 수시분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은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박순자)에서 원안가결 됐으나, 한국당 김운기 의원의 반대로 표결에 부쳐졌다. 일부 한국당 의원들이 기명투표를 요구했으나 다수결에 의해 무기명투표로 표결을 진행했다. 표결에는 21명의 의원 중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김보건 의원을 제외한 20명이 참여해 찬성 13표로 원안이 가결됐다. 이로써 지난달 31일 안건상정이 무산됐던 시의 차고지 매입안이 23일 만에 마무리됐다.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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