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색없는 방송인이 그리 많지 않았건만

석연찮던 그의 행보 시험대에 올랐으니

희망일까 실망일까 조만 간에 알겠구나

전흥우 (편집국장)

5년 전인 2013년 9월 16일 페이스북에 올렸던 ‘손석희’ 3행시다. 이날은 손석희 사장이 JTBC뉴스 앵커를 처음 시작한 날이다.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지난 20일 손 사장은 JTBC 대표이사로 발령이 났다.

안 그런 시절이 있었겠냐만 지난 5년을 돌아보니 참으로 격변의 연속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터져 나온 국정원 댓글공작부터 세월호 참사, 최순실게이트에 이르기까지 JTBC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 결과 JTBC 뉴스룸은 시청자가 가장 신뢰하는 뉴스로 우뚝 섰다.

이제 손 대표이사는 보도부문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연예 등 모든 분야를 지휘하는 JTBC의 실질적인 사령탑이 됐다. ‘손석희’라는 이름 석 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언론인의 표상이 됐다. 당초의 우려는 기우(杞憂)에 불과했다. 어쩌면 그런 기우 자체가 대단한 결례였을 것이다.

중앙그룹 홍석현 회장은 지난 21일 방송된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손 앵커를 영입한 이유에 대해 “제대로 된 방송을 만들겠다는 제 마음속 소망의 반영이다. 정말 보도 부문에서 제일 빠른 시일 안에 일류 보도국을 만들어 줄 사람이 누구냐”를 찾았다며 “저랑 생각이 같은 사람을 찾은 게 아니라”고 밝혔다. 적어도 홍 회장의 그 안목과 결단만큼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지난 4월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언론자유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조사대상국 180개국 가운데 4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20계단이나 상승해 45위인 미국과 67위인 일본, 176위인 중국을 앞질렀다. 1위는 노르웨이가 차지했고, 그 뒤를 스웨덴과 네덜란드가 이었다. 우리나라 언론자유지수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31위로 가장 높았고,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가장 낮은 70위를 기록했다.

이 결과는 당연히 촛불항쟁과 그에 따른 정권교체에 기인한 것이고, 언론자유지수가 상승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겠으나, 사실 순위를 따진다는 것이 얼마나 유의미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43위가 67위와 뭐가 그리 다를까. 이미 메이저 언론이란 권력과 자본에 포섭된 지 오래다. JTBC는 그야말로 예외적 현상에 불과하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공영방송이 제자리를 찾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방송에 비해 신문은 더 심각하다. 이미 여론주도성에서는 인터넷 포털과 SNS에 밀린 지 오래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른바 ‘중앙’이나 ‘메이저’ 쏠림현상은 심각하다. 정부기관과 기업이 광고로 밀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분권과 자치는 현 정부의 핵심 슬로건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가시적인 그 무엇이 보이지 않는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풀뿌리 지역언론의 토양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 그러나 정부든 지자체든 이에 대한 고민과 정책적 고려가 별로 없어 보인다. 《춘천사람들》이 3년 동안 걸어온 가시밭길이 앞으로도 쉬 개선되지 않으리란 생각에 마음이 더 을씨년스러운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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