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청소년자립생활관 ‘소년밴드’

겨울을 재촉하듯 하루 종일 내리는 겨울비를 맞으며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법무부소속 재단법인 한국소년보호협회 강원청소년자립생활관이다. 이 생활관은 청소년시절 학업이 중단되었던 입소생들에게 공부와 직업교육을 병행해서 가르치는 곳이다. 입소생들의 경제적 자립형성을 도와주기 위한 장기쉼터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고 입소생은 24살이 되면 퇴소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낯선 생활관 어디선가 귓가를 즐겁게 해 주는 연주소리가 조용한 시골 동네의 정적을 가른다.

소년밴드와 음악을 지도하고 있는 박승훈 씨가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소년밴드와 음악을 지도하고 있는 박승훈 씨가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주소리를 따라가다 발걸음이 멈춘 곳은 작은 연습실이었다. 5인조로 활동하고 있는 ‘소년밴드’가 열심히 합주를 하고 있었다. 일렉기타와 베이스기타, 키보드와 드럼 등의 다양한 악기를 맡아 각자의 파트를 열심히 소화해 내고 있는 밴드의 모습에서 전문가 못지 않은 ‘포스’가 뿜어져 나온다.

밴드의 주인공들은 청소년시절 가정과 사회의 외면 속에서 방황했던 시절을 공유하고 있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강원청소년자립생활관에 입소하고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점이었다. 그 계기가 바로 음악과의 만남이었다. 악기를 다뤄보지 않았던 그들은 그 후 부단한 연습과 밴드활동을 통해 변하기 시작했다.

‘소년밴드’의 리더를 맡고 있는 전민탁(20) 씨는 소방관이나 간호사의 꿈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4년 정도 밴드를 하면서 인내심과 배려심, 협동정신 등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서로 대화하는 법도 터득해서 의견이 안 맞으면 일단 연습을 그만두고 회의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젠 가족처럼 느껴집니다.”

소년밴드와 박승훈 씨의 연습장면
소년밴드와 박승훈 씨의 연습장면

장래 부사관이 꿈인 이정태(22) 씨는 “올해 군대를 가야 했지만 밴드를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에 생활관 관장님과 상의 끝에 입대를 연기하기로 했다”며 자신의 결정을 자랑스러워했다. 후원자들을 위한 공연이 계획되어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빠짐으로 인해 공연에 차질을 주지나 않을까 걱정해서다. “공연을 준비하거나 공연 중이거나 공연이 끝났을 때의 희열은 뭐라 말할 수가 없다”며 수줍게 말한다.

요즘 ‘소년밴드’는 한창 바쁘다. 밤이 늦도록 합주 연습은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이곳저곳에서 출연요청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1년에 한 번씩은 해외공연도 한다. 그들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정주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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